[마켓 투데이]환율의, 환율에 의한, 환율을 위한 증시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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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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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공화국 시절 비디오테이프를 틀면 첫머리에 나오는 유명한 공익광고가 있었다. 중년 이상이면 다 기억하는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운 것은 불법 비디오’라는 문구다. 요즘 글로벌 경제에 맞게 번안하면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운 것은 환율’쯤이 될 것이다. 지난주 열렸던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도 따지고 보면 적정 환율 시스템 구축을 위한 협상이 주 의제였다. 각국이 인위적인 환율 저평가로 수출을 늘리는 ‘내 이웃을 거지로 만드는 정책’으로는 공멸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경상수지 적자 국가와 흑자 국가 사이에 합리적인 환율 결정 메커니즘을 도입하자는 얘기였다.

일종의 고정환율제인 브레턴우즈 체제가 1971년 미국의 일방적 파기로 붕괴된 이후 국제 외환시장은 주기적인 홍역을 치러 왔다. 1985년 플라자합의로 G7 주도의 비교적 안정적인 외환시장이 유지돼 왔지만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로 환율은 다시 첨예한 이슈가 됐다. 과거에는 선진국 간의 싸움이었다면 이번에는 중국을 대표로 하는 신흥 공업국과 선진국 간의 샅바싸움이다. 경상수지 관리제에서부터 변형 금본위제까지 여러 아이디어가 나오지만 시원한 답안은 아니다. 이 와중에 미국은 양적 완화라는 이름으로 달러 약세를 유도하고 있고, 중국은 환율 절상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라고 되받아친다. ‘You die Me die(너 죽고 나 죽자)’는 식의 전쟁은 면했지만 아직 아슬아슬한 봉합 상태다.

사실 환율의 극심한 변동은 기축통화를 마음대로 찍어내는 미국을 제외하고는 모든 나라의 골칫거리다. 한국 투자가들은 외환위기와 최근 금융위기를 통해 환율 불안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을 연출하는지를 배웠다. 특히 무역 수지가 경제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한국은 환율의 ‘합리적’ 안정이 경제 운용의 알파요 오메가다. 고평가되면 수출에 지장이 있고 저평가되면 국제사회로부터 미운털이 박히고 물가도 문제다. 올해 들어 달러 약세로 원유를 비롯한 각종 원자재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데 여기에 원화가 경쟁국 대비 저평가되면서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더 높다.

반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과도하게 인상하면 환율 절상 속도가 빨라져 한국 상품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작년 이후 빠르게 회복하던 글로벌 경기회복 탄성이 최근 들어 점점 둔화되고 있어 내년 경제운용에는 환율 변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제의 거울이라는 증시는 직접적으로 환율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업종 간 명암도 환율에 따라 상당 부분 결정될 것이고 개별 기업의 이익 증감도 환율에 의해 희비가 엇갈릴 것이다. 따라서 내년 증시는 경기둔화 속에 환율 변수가 전면적으로 부상할 확률이 높다. 한중일 3국의 환율 추이도 중요한 변수이고 달러와 유로의 관계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내년 G20 정상회의에서 적절한 환율 시스템이 구축되기 전까지는 환율의, 환율에 의한, 환율을 위한 증시가 될 것이라면 지나친 이야기일까.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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