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이 외환은행 인수 추진을 선언했다. 하나금융은 우리금융 입찰참여의향서(LOI) 제출 마감일인 26일까지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그동안 우리금융과의 합병을 추진해온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에 우선순위를 두기로 결정하면서 우리금융 민영화를 비롯한 금융권 재편 구도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16일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실사를 하고 있다”며 “26일 전에 외환은행과 우리금융지주 가운데 양자택일해 (어느 은행을 인수할지)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현재 ‘논 바인딩(Non-binding·구속력 없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외환은행 최대주주인 론스타의 지분 51.02%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며 “인수 가격 등은 아직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과 론스타 간의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하나금융은 현재 외환은행 주가에 10% 이상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주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외환은행 종가인 주당 1만3000원을 기준으로 추정하면 매각대금은 약 4조7053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 업계 4위인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에 성공하면 국내 은행권 구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의 지난 3분기 말 기준 자산 규모는 200조3000억 원이다. 자산규모 116조2000억 원의 외환은행과 합쳐지면 자산 316조5000억 원의 금융그룹으로 부상한다. 국내 1, 2위인 우리금융(332조3000억 원), KB금융(329조7000억 원)에 이어 업계 3위로 올라서고 신한금융(310조8000억 원)을 추월하게 된다.
론스타는 올 3월 외환은행 매각을 공식 선언한 뒤 호주 ANZ은행과 매각 협상을 진행해왔으나 매각 가격을 높이기 위해 하나금융과도 계속 접촉해온 것으로 보인다. 론스타는 현재 하나금융 외에 ANZ은행과도 외환은행 매각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를 결정하면 우리금융 민영화 일정에도 일부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금융 컨소시엄과 하나금융만이 우리금융 매각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하나금융이 빠질 경우 절차상 문제로 입찰을 다시 해야 할 수도 있다. 국가계약법에 따르면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은 매각 시 최소 2곳 이상이 입찰에 참여하는 경쟁입찰 형태를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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