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7일 17시 00분


현정은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현대건설 채권단은 내년 2월경 현대그룹 컨소시엄과 매각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현대건설 은 그룹 경영진의 무리한 대북사업과 '왕자의 난' 등 경영실패에 따른 자금난으로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 채권단 관리로 넘어갔습니다. 약 10년 만에 경영권이 옛 대주주에게 돌아가는 셈입니다.

현대건설 인수전은 현대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이라는 범(汎)현대가 두 그룹의 경쟁 속에 과열 양상을 보였습니다. 현대그룹은 핵심 평가 요소인 가격 부문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5조5100억 원의 입찰가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대차그룹보다 4000억 원 많고, 당초 시장에서 예상한 3조5000억~4조원보다는 훨씬 높은 액수입니다.

현대그룹이 국내 1위 건설업체인 현대건설을 최종인수하면 자산기준 재계서열은 현재 21위에서 14위로 올라섭니다. 현대건설이 현대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상선 지분 8.3%를 보유하고 있어 그룹의 경영권 방어에도 도움이 됩니다. 그룹 측은 기존의 해운 증권 엘리베이터 대북사업에 건설업이 추가되면서 거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합니다.

하지만 현대그룹이 외부의 '재무적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대형 인수를 강행하는데 따른 후유증을 걱정하는 시각도 많습니다. 실제로 현대그룹의 자체 보유 현금은 약 1조5000억 원으로 현대건설 입찰액의 29%에 불과합니다. 이런 우려를 반영하듯 어제 현대그룹 계열사들과 현대건설의 주가는 일제히 폭락했습니다. 과거 현대건설 부실의 직접적 책임이 있는 현대그룹이 다시 경영권을 장악하는데 대한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현대건설 인수에 총력을 기울였던 현정은 회장은 "그룹의 옛 영광을 재건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현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했다가 그룹이 무너질 뻔한 위기까지 몰린 것과 같은 '승자의 저주'를 경계하면서 현대건설을 발전시켜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 경영진의 잘못 때문에 회사가 어려워져 채권단이나 정부에 손을 벌리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할 것입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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