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유통대학’ 설문… 품질좋아 충동구매? NO, 판매원에 끌려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8일 03시 00분


“가격-품질-브랜드보다 직원 마케팅 능력이 더 중요”

롯데백화점 유통대학은 현장조사와 토론 및 학습을 통해 유통업계의 현재와 미래를 연구한다. 올해 진행 중인 17기 조별 토의 모습. 사진 제공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유통대학은 현장조사와 토론 및 학습을 통해 유통업계의 현재와 미래를 연구한다. 올해 진행 중인 17기 조별 토의 모습. 사진 제공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노원점 한방화장품 ‘후’ 판매사원 유지은 씨(29)는 최근 30대 여성 고객이 어머니 생일선물로 산 ‘스킨로션 세트’를 결제하면서 포인트 적립을 위해 어머니 이름을 물었다. 고객정보에는 어머니 고객이 2주 전쯤 스킨로션세트를 구입한 기록이 있었다. 유 씨는 이 어머니 고객에게 아이크림도 함께 권했는데 고객이 ‘아이크림은 아이들 보고 생일선물로 사달라고 하려고’라고 말했던 기억이 났다.

유 씨는 딸 고객에게 “얼마 전에 어머님이 스킨로션세트를 사가셨어요. 이번에는 아이크림이 더 필요하실 것 같은데 이 제품은 어떨까요”라고 권했다. 아이크림이 스킨로션세트보다 2만 원이 더 쌌지만 유 씨는 결제를 취소하고 아이크림을 판매했다. 딱 맞는 선물을 사게 된 고객은 고맙다며 아버지 선물용 남성스킨세트까지 사갔다. 남성스킨세트는 판매사원에게 감동받아 발생한 일종의 충동구매였다.

유 씨는 “화장품은 브랜드 충성도가 높아 단골고객 확보가 중요하다”며 “한방고객 특성상 50, 60대 고객이 많은데 앉아서 차도 드리고 얘기도 많이 들으면서 고객들과 신뢰를 쌓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고객을 사로잡는 데는 판매사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17일 롯데백화점의 사내교육프로그램 ‘유통대학’ 직원들이 서울 부산 구매고객 2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판매사원 매력도(37.8%)가 충동구매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서 가격(31.1%), 품질(18.9%), 브랜드(11.7%)에 영향을 받아 충동구매가 일어났다.

고객을 세분화해 보면 20, 30대 회사원이 판매사원 매력도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아 충동구매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사원 매력도를 최우선으로 선택한 고객 중 여성은 69%, 남성은 31%였으며 연령대별로는 20대(35.7%), 30대(40.5%)로 40대(16.7%), 50대(6.0%)보다 훨씬 높게 나타난 것.

유통대학 수강생들은 쇼핑객을 가장한 ‘미스터리 쇼핑’을 실시해 서울과 부산 백화점의 판매사원들의 매력도를 평가했다. 스타일, 친밀감, 화법, 표정, 상품지식 등을 평가한 결과 부산(88.0%)이 서울(90.8%)보다 매력도가 약간 낮았다. 매장관리자들을 면담해 보니 최근 부산에 백화점 점포가 많이 늘면서 인력 확보가 어려워 상대적으로 자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생기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수강생들은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백화점 측에 ‘판매사원 대상의 패션 트렌드 설명회’ 등 판매사원의 매력도를 높이는 방법을 제안할 방침이다.

유통대학은 1994년 시작해 올해로 17기를 맞는 롯데백화점의 과장 대리 대상의 교육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2010년 5월부터 2011년 4월까지 1년간 총 358시간 과정으로 진행되며 현장조사, 집합교육, 주제 연구 등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구성됐다. 홍콩 싱가포르 중국 일본 등 해외 현장조사도 나간다.

롯데백화점 인력개발팀 유형선 매니저는 “올해 수강생들은 최근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현장을 몸으로 체득하고 백화점 경영에도 유익한 제안을 하고 있다”며 “다양한 커리큘럼을 개발해 유통대학이 국내 유통산업 발전에 디딤돌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격호 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도 유통대학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대학 수강생들의 조별 최종보고는 신 사장을 비롯해 쇼핑 각 부문 임원들이 모두 모여 연례행사로 치러진다. 17기 최종보고는 이달 27일 열린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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