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조업의 아이콘 제너럴모터스(GM)가 자본시장 역사상 세계최대규모의 기업공개(IPO)를 단행하며 증시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지난해 6월 파산보호 신청과 함께 상장 폐지된 지 1년 5개월 만이다.
당시 무너져가는 GM에 천문학적인 세금을 쏟아 부었던 미국 행정부를 포함해 경제전문가들은 이 사건을 디트로이트의 자동차산업, 더 나아가 자국 경제의 부활로까지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GM이 시장에서 어떤 경쟁력을 발휘할지,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신음하는 세계경제상황이 얼마나 이를 받쳐줄지는 아직 미지수다.
○ 세계 최대 IPO로 시장에 화려한 복귀
GM은 IPO를 앞두고 보통주의 공모가격을 주당 33달러로 책정해 158억 달러를 조달할 방침이라고 17일 밝혔다. 여기에 우선주와 투자자의 옵션 행사분까지 합치면 이번 IPO로 GM이 조달하는 돈은 모두 232억 달러에 이른다. 이는 지금까지 최대 기록이었던 올해 중국농업은행 IPO 규모(221억 달러)를 뛰어넘는 것이다.
원래 GM 주식의 공모가격은 26∼29달러 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사전공모 단계에서부터 당초 계획했던 것의 6배나 되는 600억 달러의 자금이 몰려들면서 공모가가 대폭 인상됐다. GM은 이번에 공개하는 주식을 18일 미국 뉴욕과 캐나다 토론토의 증권거래소에 동시 상장했다.
GM의 최대주주인 미국 정부는 이번 주식매각을 통해 기존 61%에 이르는 GM 지분을 33%까지 낮출 계획이다. 이와 동시에 지난해 GM에 지원한 공적자금 500억 달러도 상당부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M은 지난해 파산보호 신청을 한 이후 공장 10여 곳의 문을 닫고 새턴 폰티액 등 간판 브랜드를 대거 퇴출시키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 결과 400억 달러가 넘던 부채는 80억 달러로 크게 줄였고 올 들어선 9월까지 40억 달러의 순이익을 내는 등 ‘희망의 싹’을 찾기 시작했다.
○ 기대와 우려 교차
미국 정부는 GM의 성공적인 시장 복귀에 잔뜩 고무된 분위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7일 “단지 미국의 한 회사가 아닌 미국 전체 자동차산업의 부활을 알리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자동차부문 구조조정을 담당했던 스티븐 래트너 전 특별보좌관도 “이런 규모의 IPO가 가능하다는 것은 GM과 자동차산업, 경제 전체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높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GM이 한때 미국 경제의 모든 것을 상징하는 기업이었다는 점에서 미국인들이 이 기업에 거는 기대는 여전히 큰 편이다.
하지만 GM의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미국에서 신차 구매 수요가 완전히 살아나지 않은 데다 유럽발 재정위기가 다시 도진 글로벌 경제상황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또 주식매각 이후에도 정부지분이 여전히 30%가 넘고, 최고경영자(CEO) 등 요직 상당수가 정부 측 인사로 채워져 있는 만큼 의사결정이 민첩한 본래의 민간 기업으로 GM이 새출발을 하기까진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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