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일자리]“회사 밖 회사를 많이 만들자”… 역발상이 키우는 윈윈-공생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2일 03시 00분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다는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친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KT가 하고 있는 일이다. KT는 고용하고 있는 직원 수만 3만 명이 넘을 정도로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회사다. 하지만 기업이 스스로 고용을 늘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KT의 생각이다. 이 회사는 직원을 뽑는 일과 함께 KT와 더불어 발전할 수 있는 작은 기업들을 많이 만들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기업들이 KT의 사업에 도움이 되는 유용한 서비스를 많이 만들게 되면 KT도 발전하고 사회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KT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위한 다양한 지원 사업을 벌인다. 또 1인 기업을 운영하는 기업가들을 위한 사무공간도 마련해 이를 값싸게 빌려주는 등 창업을 북돋우며 일자리를 늘려가고 있다.

● 협력의 대상을 넓히다


KT는 최근 통신기업에서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으로 기업 체질을 바꿔나가고 있다. 단순히 통신회선을 빌려주는 서비스만 하는 게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고,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며, 개인이 정보기술로 편리함을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전통적인 기업들은 이런 변화를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하고자 했다. 직원을 더 뽑고, 내부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해보는 것이다.

하지만 KT는 다르게 생각했다. 월급을 받고 일하는 게 아니라 자기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열심히 일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외부에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를 많이 만들고 이들이 개발한 서비스를 KT가 사들이기로 한 것이다. 이런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이 바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다. 그래서 KT는 다양한 개발자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다.

KT는 외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활동과 교류를 지원하기 위한 '에코노베이션 센터'를 올해 6월 열었다. 센터 개소식에 참석한 방송통신위원회 최시중 위원장(오른쪽에서 네번째)과 KT 이석채 회장(오른쪽에서 다섯번째) 등 주요 관계자들. 사진 제공 KT
KT는 외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활동과 교류를 지원하기 위한 '에코노베이션 센터'를 올해 6월 열었다. 센터 개소식에 참석한 방송통신위원회 최시중 위원장(오른쪽에서 네번째)과 KT 이석채 회장(오른쪽에서 다섯번째) 등 주요 관계자들. 사진 제공 KT
최근에는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등 다양한 스마트폰 프로그램과 인터넷TV(IPTV)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에코노베이션 세컨드 페어’를 진행한다. 총 3억500만 원의 상금을 걸고 진행되는 대회로 1등 수상자는 4000만 원의 보상을 받게 되는 일종의 경진대회다. 하지만 1회성으로 끝내는 경진대회는 유능한 개발자 일부를 찾아내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만 유능한 개발자를 만들어내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KT는 개발자의 교육에도 신경을 쏟는다.

개발자의 실력을 키워주기 위한 ‘에코노베이션센터’가 바로 이런 사례다. 에코노베이션센터는 개발자들에게 교육은 물론 작업 공간도 제공하고, 토론과 세미나도 할 수 있게 했다.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스스로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이 공간에서 다른 개발자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상호 협력하도록 했다.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아이디어’를 계속 발전시킬 수 있게 하는 공간이 된 셈이다.

이와 함께 개발자들이 KT가 갖고 있는 고유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문자메시지(SMS)라거나 위치정보(LBS) 등 통신사가 모은 고객정보를 외부 개발자가 쉽게 쓰도록 한 것이다. KT의 독점적인 자원이지만 이를 공개해 관련 시장 규모를 키우고 함께 발전하자는 취지에서다. 아직까지는 법인 형태의 사업자에게만 공개돼 있지만 KT는 곧 개인 개발자들도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 직장의 개념을 바꾸다

KT가 강조하는 또 다른 사업은 개인 창업을 하는 1인 기업 또는 소규모 인원으로 구성된 소호(SOHO) 기업에 대한 지원이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점점 사라지고 사회가 요구하는 필요도 다양해지면서 빠르게 변화에 적응하는 소규모 기업이 경제의 활력을 북돋기 때문이다.

KT는 이런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스마트비즈센터’를 만들었다. 화상회의 시스템과 유무선 통신시설을 완비한 사무공간을 KT로부터 빌려 쓰는 것이다. 업무 미팅을 할 수 있는 회의실과 각종 사무용품은 물론 비서까지 값싸게 빌려 쓸 수 있다.

스마트비즈센터는 9월 경기 성남시 KT 모란지사 공간을 개조해 만들었으며 1∼4인실의 사무공간 33개와 휴게실, 회의실, 화상회의실 및 첨단 IT 제품의 체험 공간 역할도 하는 ‘비즈앤카페’라는 카페도 함께 운영된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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