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옵션 만기일에 엄청난 소동이 있었다. 금융감독원이 검사 중이라 아직 정확한 구조와 실체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일반인은 이해하기 쉽지 않은 사건이다. 사실 매도 거래나 만기일에 매도 세력과 매수 세력의 치열한 투쟁은 별로 특이한 사건은 아니다. 외국인의 매물 폭탄은 과거에도 몇 차례 있었고 막말로 언제라도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다만 불과 10분 사이 890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이 사라질 수 있는 구조로 거래를 한 해당 펀드의 취약한 리스크 관리 능력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피해자가 금융회사인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었지만 이 파동으로 피해를 보았을 수많은 소액투자자를 생각하면 안타까울 뿐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재테크가 과연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투자와 투기의 차이가 백지장 한 장보다 얇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지나친 투기화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문제의 펀드가 자산의 73배에 달하는 옵션 계약을 매도한 것은 사실 정상적인 투자전략으로 보기 어렵다.
또 옵션과 선물 시장 거래규모가 세계 1위이고 그 거래량의 90%를 개인투자자가 점하고 있다는 사실도 결코 자랑스러워할 일은 아니다. 솔직히 개인이 선물과 옵션을 활용해 요긴하게 ‘위험회피(헤지)’를 할 일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이 상품들은 매달 혹은 3개월마다 만기가 돌아와 청산하는 한시적 상품이기 때문에 잘못 판단했을 때는 기다릴 수도 없다.
주변에서도 옵션 시장에서 쪽박을 찬 사람들의 얘기가 들려온다. 옵션 시장에서는 정말 순식간에 운명이 바뀐다. 사실 옵션 파생상품 시장에서 재테크를 하겠다고 작정한 것 자체가 ‘도 아니면 모’ 전략이다. 파생상품은 내용을 숙지한 기관투자가들이 거액의 자산 분배과정에서 꼭 필요한 위험회피 수단으로 활용해야 제 기능을 발휘하고 뒤탈이 없다.
재테크는 저축의 개념에서 크게 벗어나면 안 된다. 그래서 펀드도 재형저축의 방법을 빌려 적립식으로 가입해야 안전하고 주식투자도 저축의 개념으로 배당도 받고 시세차익도 노리는 장기투자를 정석으로 삼아야 패가망신을 면한다. 그런데 이번 사건으로 ‘소 발에 쥐 잡기’ 식으로 500배 이득을 거뒀다는 일부 투자가의 이야기가 떠돌면서 한탕을 노린 투자자들이 로또 사는 마음으로 옵션시장으로 몰려온다는 얘기가 있다. 제발 사실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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