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다리를 너무 두드리느라’ 한국의 중견기업을 홍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활용하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주한 외교사절들에게 ‘난 막걸리 국제 홍보팀장’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국제적 이목이 집중된 이번 행사에 막걸리는 쏙 빠졌죠.”
이달 11, 12일 열린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얘기다. 온 국민의 염원 속에 행사가 잘 치러졌지만 국내 산업계에선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가 지나친 ‘함구령’을 내려 업계에 ‘G20 홍보 효과’를 주지 못했다는 것.
12일 G20 정상 배우자 오찬 테이블에는 보해양조의 ‘매취순 10년’이 올랐다. 그러나 일부 언론이 보도할 때까지 보해 측에선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보해 관계자는 “준비위가 사전에 제품 협찬을 요청한 대기업은 홍보의 기회가 있었지만 매취순처럼 소량으로 직접 구입한 경우는 행사 당일까지도 아무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제주도지방개발공사가 생산하고 농심이 판매하는 ‘제주 삼다수’도 G20의 ‘공식지정 음료’로 선정됐다는 내용이 지난달 제주 언론에 소개됐다가 혼쭐이 났다. 준비위가 ‘공식 지정’이란 말을 빼지 않으면 제품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G20 정상과 기자들에게 지급된 ‘모나미’ 볼펜, G20 만찬 식기였던 ‘행남자기’ 그릇, 외신기자단 칵테일 베이스로 사용된 광주요의 고급 증류소주 ‘화요’ 등도 이런 G20 준비위의 ‘엄숙주의’에 협찬 제품을 적극 홍보하지 못했다. 여기에 ‘막걸리 홍보팀장’을 자처한 대통령은 정상 만찬주로 막걸리 대신 와인 잔을 들었다. 준비위 측은 “외국 정상들이 전통주를 낯설어할 것 같아 와인을 골랐다”고 했다. 그러나 주류업계는 침울하다. “홍보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우리나라 잔치에서까지 홀대 받아서야 전통주 인기가 그리 오래 가겠느냐”고.
“G20이 상업적으로 이용되면 안 된다”는 준비위 입장도 일부 이해가 가지만,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부라면 업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겠다. 그중엔 조태권 광주요 회장의 말도 있다. “우리 문화의 가치를 스스로 높이지 않은 겁니다. 왜 상업적이면 안 되나요? 팔려야 시장이 생기고, 세계화의 힘이 길러지는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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