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est]혼다 ‘신형 어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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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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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 차단-파워 주행 ‘탁월’… 다소 투박한 실내는 그대로

2008년, 혼다의 8세대 ‘어코드’는 한국 수입자동차시장에서 월평균 500대 이상 팔리는 부동의 강자였다. 그해 7월에는 단일 차종으로 1100대가 넘게 팔리기도 했으며 혼다코리아는 국내 수입차업체 중 처음으로 연간 1만 대 넘게 판매한 회사가 됐다.

그랬던 어코드가 올해 들어서는 과거의 영화가 무색하게 판매량이 급감했다. 부분 변경을 앞두고 있기도 했고 지난해 가격을 올렸다가 다시 내리면서 판매 감소를 자초한 면도 없지 않지만 근본적으로는 ‘3000만 원대로 국산차와 경쟁할 수 있는 무난한 중대형 수입 세단’이라는 차의 성격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성격이 2008년에는 장점으로 꼽혔던 걸 생각하면 참 아이러니한데 최근 나온 국산 중·대형차가 매우 화려해지고 편의장치가 좋아지면서 이제 어코드는 밋밋한 수준을 넘어 검소해 보이기까지 하다. 무난한 수입 세단으로 도요타 ‘캠리’라는 강력한 경쟁자도 생겼다.

지난달 나온 페이스리프트 모델 ‘신형 어코드’도 기존 어코드의 성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디자인은 프런트그릴에 크롬을 추가하는 정도로만 살짝 바뀌었고 다소 투박한 실내는 그대로였다. 역설적으로 마음을 비우고 달리다 보니 차를 좀 타고 다녀봐야 알 수 있는 혼다와 어코드의 장점을 재발견할 수 있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나선형 차로를 달릴 때 늘 들리던 경고음이 안 들리는 것 같아 오디오 볼륨을 줄여봤더니 그때서야 희미하게 벨소리가 들렸다. 저속에서 외부 소음 차단이 그만큼 확실했다. 기존 모델은 엔진 소리가 약간 있었던 것 같은데 신형은 바닥 카펫의 밀도를 높이고 내장재도 더 강화했다고 한다. 넉넉한 힘은 기존 모델 그대로였고 넓은 차체, 큰 사이드미러, 부드러운 가속과 안정감으로 운전하기가 편하면서도 코너링이나 핸들링의 맛을 살린 것은 혼다다웠다.

어코드는 ‘사용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도구’로서 빼어난 제품이다. 차를 통해 자의식을 드러내고 싶은 사람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패밀리 세단으로서는 제격이다. 그래도 죽어라 스마트키나 전자식 파킹브레이크를 도입하지 않는 그 ‘고집’은 이제 그만 접어줘도 좋으련만.

캠리를 의식해서인지 혼다코리아는 신형 어코드 2.4 모델을 일반형과 디럭스형으로 나누고 일반형 가격을 캠리와 같은 3490만 원으로 낮췄다. 2.4 디럭스는 3690만 원, 3.5 모델은 4190만 원이다. 연료소비효율도 2.4 모델의 경우 기존 L당 10.9km에서 11.1km로, 3.5 모델은 L당 9.8km에서 9.9km로 높였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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