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發 위기에도 ‘자본 유출입 대책’ 그대로 추진,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경제영향 적고 외환보유액 충분… 지금이 적기”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과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도 불구하고 자본 유출입 대책을 예정대로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위기 때 한꺼번에 외화가 빠져나간다는 게 한국 금융시장의 아킬레스건임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상당수 금융전문가는 “남북 갈등이 커지면서 외국인투자가의 불안감도 증폭되고 있어 정부의 자본 유출입 대책은 늦춰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남북 간 정치적 긴장감이 높아질 수는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자본 유출입 규제를 그대로 시행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리스크는 이미 한국경제를 평가하는 데 반영돼 있기 때문에 어지간한 도발로는 한국경제에 큰 타격을 주지 않는다는 것. 경제부처 관계자는 “서울 시내에 북한의 폭탄이 터지지 않는 한 북한 리스크는 한국경제에 타격을 입히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본 유출입 대책을 더는 늦출 수 없다’는 공감대가 커진 것도 이유다. 이달 초 미국이 2차 양적완화를 발표한 이후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으로 달러가 계속 몰리고 있고 한국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을 하면서 신흥국의 과도한 외화 유입을 규제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놓았다. 지금이 과도한 외화 유입을 막는 대책을 세우기에 가장 적합한 타이밍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충분한 외환보유액이다. 10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 규모는 2933억5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다. 8월 말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2854억 달러로 중국 일본 러시아 대만에 이어 세계 5위다. 정부가 24일 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과도한 불안심리로 시장이 급변하지 않도록 필요하다면 원화와 외화유동성을 충분하게 공급하겠다”고 밝힌 것도 사상 최대 외환보유액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미 국회에 관련 법안이 제출된 채권 투자에 대한 재과세는 법안 통과와 함께 곧바로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외국 은행의 선물환 규제 강화와 은행부과금 도입 등 나머지 대책도 올해 말과 내년 초에 순차적으로 발표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