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에 바짝 다가서며 상승세를 지속했던 코스피가 옵션만기일 급락 이후 조정을 받는 모습이다. 최근의 주식시장은 유동성 장세라고 불릴 만큼 외국인투자가의 매수세에 의존한 바가 컸다. 개인의 펀드 환매 때문에 기관투자가들의 주식매수 여력이 현저히 약화된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투자가의 영향력은 상당히 클 것이다.
외국인 매수는 한국 증시 전반에 관한 부분과 업종별 영향에 대한 부분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우선 한국 증시에 대한 순매수 기조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그 속도는 단기적으로는 둔화될 수 있다. 2001년 이후 2005년 초까지 외국인은 한국 시장에서 주식을 사들였지만 그 뒤부터 미국발(發) 금융위기의 여파가 정점에 달했던 2009년 초까지 약 82조 원의 주식을 팔았다. 이후 최근까지 약 52조 원의 주식을 매수했다. 단순히 합산하면 외국인은 회수했던 금액의 약 63%만을 다시 한국 주식시장에 투입한 셈이다.
여기에 미국의 2차 양적완화정책의 영향으로 선진국의 자금이 일부분 신흥국 증시로 유입될 것으로 전망되는 점을 고려하면 외국인의 한국 주식 매수 기조는 좀 더,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11·11 옵션만기일 충격 이후에도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지고 있는 점이 이러한 점을 뒷받침한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 중반으로 달러에 대한 원화 강세 속도가 둔화됐다는 점, 아일랜드 재정적자 우려나 중국의 긴축우려 등 거시경제 측면에서의 부정적 요소들이 투자심리를 약화시키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외국인 순매수의 속도는 단기적으로 둔화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그렇다면 외국인은 앞으로 어떤 업종을 가장 선호할 것인가. 올해 주식시장의 특징 중 하나는 업종별 수익률의 차별화가 심화됐다는 점이다. 외국인 매수세가 특정 업종 위주로 집중됐기 때문이다. 연초 이후 수익률이 높았던 업종은 에너지 철강 화학 건설 조선 자동차였는데 모두 외국인의 순매수가 집중됐던 업종이다. 반대로 정보기술(IT)과 금융업은 외국인이 소폭 순매수 또는 매도로 대응하면서 수익률이 시장평균을 크게 밑돌았다. 그런데 최근 외국인은 기존에 매수했던 업종의 순매수를 줄이고 IT나 금융업종에서 순매수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특히 삼성전자를 비롯한 IT업종을 대량 매수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띄는데 IT업종의 업황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올 4분기나 내년 1분기 이전에 미리 주식을 선점하려는 의도로 판단된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업종도 올해보다는 내년의 이익개선이 기대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외국인의 매수세 유입을 기대해 볼 만하다. 결국 외국인 매수의 변화를 고려한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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