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대전]<중>비은행분야도 폭풍속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일 03시 00분


은행은 레드오션… 카드-보험으로 진검승부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로 금융권이 재편되면서 카드, 보험, 증권 등 ‘비(非)은행권’도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사들은 새롭게 짜인 금융권에서 주도권을 쥐려면 비은행 분야를 키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 주력 사업인 은행업은 이미 경쟁이 과열됐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 카드업계 고객 확보전 개막

카드업계는 내년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금융지주사들은 카드사업을 은행업과 잘 엮어 키우면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금조달 비용이 낮은 편이고 은행 영업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경우 신한금융지주 당기순이익에 30%가량 기여하고 있어 다른 금융지주사들을 자극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의 사업 시너지를 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두 사업이 당장 합병되는 것은 아니지만 고객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공유함으로써 서로 신규 고객을 많이 확보할 수 있다. 외환카드는 높은 연령대 고객이, 하나SK카드는 젊은층 고객이 많은 점이 양측에 윈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와 외환은 국내 시장점유율이 각각 3%대로 6, 7위다.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낸다면 시장 내의 서열이 바뀔 수도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외환은행은 최초로 신용카드를 발급한 곳이지만 론스타로 넘어가며 카드사업이 시들해진 편”이라며 “하나금융과의 시너지로 좀 더 사업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두 회사의 시너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하나SK카드가 기반으로 하는 모바일 카드는 아직 제대로 된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모바일 사업의 가능성을 고려할 때 협력할 기회가 적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카드업계 2위인 국민은행의 KB카드는 내년 3월경 분사를 목표로 사업 변신을 준비하고 있어 주목된다. 은행의 틀에서는 힘들었던 고객의 생활편의 서비스, 자동차 구매 할부 금융 등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배종균 국민은행 카드사 설립기획단 사무국장은 “카드사업은 종전에 은행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내렸지만 이제 카드만을 위한 맞춤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 사업 기회가 넓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 외에 농협이 독자 브랜드인 ‘채움카드’를 키울 의지를 보이고 있고 산업은행과 우정사업본부도 카드업 진출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 전문 분야별 특화 보험 나올까

보험업계도 적잖게 들썩거릴 것으로 보인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최근 “보험이 취약해 중장기적으로 어떤 방향을 잡을 것이냐를 생각해볼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종열 하나금융 사장도 다른 인수합병(M&A) 가능성을 묻자 “약한 쪽이 보험 쪽이긴 하다”라고 보험업 강화를 시사한 바 있다. 하나금융은 하나HSBC생명을 갖고 있지만 업계 20위권 언저리에 머물고 있다.

어윤대 KB금융 회장도 7월 취임식에서 “생명보험 분야는 그동안 방카슈랑스 전문 보험사라는 꼬리표를 떼고 종합 보험사를 목표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KB금융의 KB생명은 업계 15위 수준으로 지주사 내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농협도 조직 개혁과 함께 보험사를 설립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들이 보험업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금융위기 전후로 다른 분야에 비해 타격이 적은 편인 데다 앞으로 고령화에 따라 시장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업은행이 연금에 특화한 IBK연금보험을 내놓은 것처럼 보험사업의 전문화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이석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시장도 포화돼 있는 만큼 새로운 경쟁력을 고령화에 따른 연금보험 등 특정 상품을 내세우는 식으로 사업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증권업의 경우 판도가 크게 변할 것으로 보긴 아직 힘들지만 점차 대형화가 진행되리라는 전망이 많다. 증권업계는 금융지주사의 몸집이 커지며 자본시장이 확대되면 증권업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도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한정태 하나대투증권 기업분석실장은 “앞으로 자본시장이 커지면서 장기적으로 증권업도 덩치를 불리기 위해 은행처럼 인수합병이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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