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을 거쳐 로레알코리아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권태형 씨(28)와 김송인 씨(25·여)에게 인턴시절을 어떻게 보냈는지를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비결이 좀 다른 듯했지만 핵심은 ‘일에 대한 욕심’이었다. 권 씨는 일을 즐기다 보니 주변 사람들과 접촉도 늘어나고 그러다 보니 세일즈맨의 기본인 실적도 자연스레 좋아졌다는 것을 비결로 꼽았다. 김 씨는 “인턴 기간이 짧아 아이디어를 실행에 다 옮기지 못했다”고 할 만큼 적극적으로 인턴 생활을 했다.
○ 쇼핑몰 운영 경험 살려 거래처 분석
2009년 겨울 로레알에서 세일즈 인턴으로 근무했던 권 씨가 맡은 임무는 몇 년 동안 로레알과 거래가 끊긴 헤어살롱과 다시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 권 씨는 신제품을 들고 찾아가 소개하고 샘플을 써보라는 일반적인 방법을 벗어났다. 권 씨는 “왜 우리 제품을 써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권 씨는 먼저 시장 트렌드를 분석했다. 당시 붉은색으로 머리카락을 염색하는 게 유행하고 있는 점에 착안해 20대 젊은이뿐만 아니라 로레알의 제품을 사용한 30∼50대의 사진을 가져가 ‘이렇게 염색을 하면 젊어 보일 수 있고, 우리 제품을 써야 이런 컬러가 나와 무난하게 보일 수 있다’며 고객을 설득했다. 헤어살롱의 가격대와 객단가 등을 분석해 해당 헤어살롱에 적합한 제품도 제안했다.
첫 2주 동안은 실적이 전혀 없었지만 3주가 지나면서 권 씨의 분석적인 전략은 들어맞기 시작했다. 동일한 업무를 맡았던 다른 인턴에 비해 두 배의 실적을 냈다. 권 씨의 재능을 알아본 회사는 두 달의 인턴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정직원 제의를 했다.
권 씨가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데는 온라인 쇼핑몰 운영 경험이 큰 덕이 됐다. 권 씨는 2007년부터 약 2년 동안 고급 청바지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판촉을 한 경험이 있고, 상당히 높은 매출을 올렸다. 권 씨는 “온라인 쇼핑몰과 인턴 때 세일즈 업무는 소비자 층이 20대가 중심인 점 등 비슷한 점이 많아 경험을 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적이 가장 중요한 세일즈 분야에서 권 씨가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데는 부지런한 생활 태도도 한몫했다. 정해진 출근시간은 오전 9시 반이었지만 권 씨는 오전 8시면 회사에 나타났다. 그때 가장 신경을 쓴 것은 선배들과의 대화. 온라인 쇼핑몰 운영 경험으로 세일즈의 기본은 갖춘 권 씨였지만 일찍 출근해 선배들의 노하우를 배운 것도 큰 힘이 됐다. 권 씨는 “구입하는 사람들에게 너무 부담을 느끼게 하지 말라거나 결정적인 순간에 사용할 히든카드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등 선배들의 조언은 실제로 많이 써먹었다”며 “일찍 출근해 선배들과 얘기하면서 얻은 게 많다”고 말했다.
올해 3월 입사한 권 씨는 세일즈 능력을 인정받아 거래하는 유통업체들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매니저인 키 어카운트 매니저로 의약품과 화장품, 생활용품을 함께 판매하는 드러그스토어법인 영업을 담당하고 있다. 보통 경력직 입사자가 맡는 과장급 직무로, 신입사원이 이 업무를 하는 것은 파격적이라고 로레알은 설명했다. 권 씨는 “인턴 때부터 일을 즐기면서 하려고 했고 성실한 모습을 보인 것도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 시키지도 않은 일 찾아서 척척
로레알의 화장품 브랜드 키엘에서 마케팅 인턴으로 일했던 김송인 씨는 인턴이 소화하기 어려운 다양한 마케팅 프로모션을 진행해 호평을 받았다.
보통 인턴들은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마케팅을 하거나 제품 샘플을 소비자들에게 권하는 게 고작이었다. 반면에 김 씨는 바쁜 인턴 생활 중에 고3 수험생 응원 이벤트, 홍익대 미대 그림 그리기 대회, 길거리 습격 이벤트 등 5개의 오프라인 프로모션을 기획해 실행까지 해내는 뚝심을 보였다. 김 씨는 “내가 새로 들어온 말단이고, 두 달만 조용히 있다가 떠나도 되지만 이 일이 내 프로젝트이고,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길이 열린다고 생각했다”며 “인턴 때 힘든 행사 5개를 했다는 데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대학시절부터 마케팅에 관심이 많았다. 관련 학회에 가입해 마케팅을 공부했고, 각종 공모전에도 참여했다. 김 씨는 “창의적인 활동을 좋아하는 데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는 힘이 있는 것 같아 마케팅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김 씨는 2007∼2008년 로레알에서 주최하는 마케팅 공모전인 브랜드스톰(Brandstorm)에서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약국 전용 화장품인 비쉬의 자외선 차단제에 대한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과제에서 2위를 하면서 로레알과 인연을 맺었다.
7월 입사한 김 씨는 백화점사업부 내 조르조 아르마니 코스메틱 마케팅 부서에서 메이크업 프로덕트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다. 김 씨는 “문제가 생기면 창의적인 해결책을 제안하고, 내가 없으면 안 되겠다는 인상을 회사에 남기겠다는 자세로 열심히 노력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은 요인”이라고 말했다.
▼ 로레알, 온라인 글로벌 비즈니스게임 ‘리빌’ 수료해야 지원자격 ▼
로레알코리아는 연 2회 진행되는 인턴십을 통한 신입사원 선발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인턴 선발은 온라인 글로벌 비즈니스 게임인 ‘리빌(REVEAL)’을 수료해야 지원 자격이 주어진다. 지원자들은 리빌을 통해 로레알그룹과 뷰티산업에 대해 공부하면서 자신의 적성이 어떤 직무에 맞는지 테스트할 수 있다. 리빌 수료자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면 1차 서류전형 과정을 거치게 된다. 2차 영어 그룹 토론, 3차 1박 2일의 워크숍을 통해 영어 실력과 프레젠테이션 및 토론 능력, 끼와 재능, 창조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2개월간 진행되는 인턴 과정에서 인턴은 특정 프로젝트를 부여받는다. 선배 멘터 사원의 지원을 받아 프로젝트 초안 작성부터 실제 진행 및 분석 결과 발표까지 모든 과정을 독립적으로 수행한다. 인턴십이 종료되면 프로젝트의 수행 과정과 결과를 프레젠테이션하고, 우수 인턴은 신입사원으로 채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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