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은 오래전부터 자유무역협정(FTA)에 눈을 떴다. 2004년 4월 칠레와의 FTA 발효를 시작으로 ‘FTA 대장정’에 들어갔고 이르면 내년에 세계 양대 시장인 유럽연합(EU)과 미국 시장을 품에 안는 첫 번째 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FTA를 통해 경제영토를 가장 활발하게 넓히는 국가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첫 번째 대상 국가였던 칠레와는 2002년 10월 FTA 협상을 타결했지만 비준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1년 4개월 뒤에야 이뤄졌다. 당시 협정 체결로 피해가 예상되는 농민들과 농촌 출신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해 본회의 처리가 세 차례나 무산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2004년 11월 협상이 타결된 싱가포르와의 FTA는 1년 1개월 만인 2005년 12월 비준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스위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등 4개국으로 구성된 유럽자유무역연합(EFTA)과의 FTA는 2005년 7월 협상이 타결됐지만 2006년 6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비준안 처리에는 11개월이 걸렸다.》
이처럼 비준안의 국회 통과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것은 협정 대상이 상품은 물론 서비스, 투자, 지식재산권 등 넓은 분야에 걸쳐 있어 다양한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특정 지역이나 산업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일수록 관련 의원들의 ‘보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세계 최대 시장인 EU와의 FTA 발효도 눈앞에 다가왔다. 한국은 올해 10월 EU와 FTA 협정문에 공식 서명하면서 비준 절차에 공식적으로 들어섰다. 지난해 EU의 국내총생산(GDP)은 16조4000억 달러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전 세계 GDP의 30% 수준으로 미국(14조3000억 달러)보다 2조1000억 달러가 많다.
하지만 한미 FTA 추가협상이 EU와의 FTA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U 역시 자동차 부문에 불만을 가진 국가가 많아 한미 FTA를 본보기 삼아 추가 협상을 요구할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홍열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이 추가협상을 통해 애초에 맺은 협정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나쁜 선례를 보였다”며 “특히 EU는 한국과 추가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인 FTA도 많다. 호주와는 지난해 3월 양국 정상이 협상 출범을 선언한 이후 4차례 협상을 열었다. 한국과 일본의 FTA 협상은 2003년에 시작됐지만 제조업과 농업개방문제 등을 놓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2004년 사실상 중단됐다. 한중 FTA는 올해 양국 정상이 강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최근 3년 반 동안 끌어온 산관학 공동연구를 끝내고 민감한 부분에 대해 추가적인 협상을 진행하기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한국은 이외에도 걸프협력회의(GCC), 뉴질랜드, 콜롬비아, 터키, 캐나다, 멕시코 등과 FTA 협상을 진행 중이다.
최재황 한국경영자총협회 이사는 “한국은 내수시장이 좁기 때문에 내수 위주의 발전은 한계가 있다”며 “좀 더 적극적인 FTA 등으로 한국의 경제시장을 세계로 넓혀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싱가포르가 국가 면적은 작지만 금융허브와 적극적인 무역으로 해외에 영향력을 넓히는 것처럼 한국은 미국 EU 등 거대 경제권과 FTA를 맺어 경제영토를 넓히는 모범적인 국가가 돼야만 생존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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