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매각 잡음’ 하나금융에 불똥?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6일 03시 00분


‘외환銀 외면’ 움직임, 汎현대가로 확산될까 바짝 긴장
주가 하락세… 핵심고객 이탈로 기업가치 훼손 우려

현대건설 매각을 둘러싼 채권단, 현대자동차그룹 및 현대그룹의 끝나지 않는 신경전에 현대건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하나금융이 울상을 짓고 있다. 현대차가 2일 외환은행에서 1조3000억 원의 예금인출을 한 데 이어 임직원들의 급여계좌까지 옮기기로 하면서 주요 기업고객이 떨어져 나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주주협의회 주관기관인 외환은행은 당초 현대건설 조기 매각을 통해 장기간 미뤄졌던 매각이익을 챙길 기대에 부풀어 있었지만 매각 관련 잡음으로 현대그룹과의 갈등에 이어 43년 주거래 고객인 현대차까지 등을 돌릴 것으로 보이자 당황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일이 이렇게 돌아가다 보니 외환은행 인수를 앞둔 하나금융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나금융은 11월 25일 론스타의 외환은행 주식을 주당 1만4250원(51.02%·4조6888억 원)에 매입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현재 재무적 투자자 유치에 집중하고 있는 하나금융은 계약서에 따라 내년 3월 말 이를 현금으로 일시 지불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외환은행 주요 고객 이탈 시 기업가치 훼손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우리금융과 외환은행을 저울질하던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외환은행의 강한 ‘기업금융’ 노하우였다. 가계여신 비중이 43.8%를 차지하는 하나금융지주가 기업여신 비중이 70.2%에 이르는 외환은행 인수를 통해 여신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꾀한 것이다. 하지만 현대건설 매각 잡음으로 외환은행의 주요 거래처가 동시에 흔들거리고 있다. 현대그룹을 비롯해 현대차, KCC, 현대중공업그룹 등 범현대가 기업 5곳은 외환은행의 핵심 거래처로 시장에선 외환은행과 이들 기업의 거래 규모를 수십조 원대로 파악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범현대가 고객을 모두 잃는 극단적 상황을 가정할 때 외환은행의 영업이익은 10% 이상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올 3분기까지 외환은행의 누적 영업이익(1조425억 원)을 감안하면 연간 1000억 원 이상의 이익이 한꺼번에 사라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나금융으로선 외환은행 주가하락에 따라 ‘론스타에 비싼 값을 치렀다’는 시선을 받게 되지 않을까도 우려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주식을 주당 1만4250원에 매입하기로 했는데 이는 외환은행 주가(직전 1개월 평균주가 1만3018원) 대비 10% 미만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더해진 수준으로 당시엔 ‘나쁘지 않은 가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외환은행의 주가는 3일 종가 기준 1만1200원까지 떨어졌다.

하나금융은 일단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지금 일고 있는 논란이 마무리되면 정상화될 것이라고 판단하기에 아직까지 큰 걱정은 하지 않고 있다”며 “물론 외환은행의 가치에 영향을 미치기야 하겠지만 상황이 진행 중이니까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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