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선의 투자터치]‘올해 히트종목’ 보고 울적하면 ‘작은 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6일 03시 00분


이번 주 격언- 남과 비교하지 말라


한 해가 저무는 시점이 되면 각 언론사는 ‘올해의 10대 뉴스’를 국내외별로 선정해서 보도하고, 독자들은 그런 기사를 보면서 1년을 되돌아보고 정리한다. 증권시장과 관련해서도 ‘증시 10대 뉴스’를 따로 정해 그해에 관심을 끌었던 여러 가지 이슈와 테마 등을 기사화하는 경우가 있다. 한 해를 마감하는 투자자들 역시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며 제각기 다른 감회를 갖고 있을 것이다. 주도주를 잘 잡아 아주 짭짤한 수익을 거둔 투자자도 있을 것이고, 종합주가지수 상승률 정도의 수익에 만족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보유 종목이 폭락하거나 상장폐지 되는 등 최악의 시간을 보낸 투자자도 있을 것이다.

한편 한 해 동안 수익률이 가장 높은 종목들을 소개하는 기사도 종종 나온다. 전체 주식시장이 침체장인 경우라고 하더라도 수익률이 높은 종목들은 수백 %의 놀라운 상승을 기록하는 경우가 보통이고 활황 장세에서는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다. 특히 자본금이 적은 소형주 중에서 인수합병, 신기술 개발, 또는 작전성 소문 등이 있는 종목들은 나중에 폭락할지언정 일단 아주 높은 상승을 하게 된다.

그런데 그런 한 해의 히트종목 상승률을 바라보는 일반 투자자들의 마음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나도 대박 내는 종목을 한번 잡아 봐야지 하는 기대와 희망이다. 주식시장을 통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성급한 마음이나 욕심이 생기기도 한다. 다른 하나는 그런 히트종목과 자신의 수익률을 비교하며 초라하고 씁쓸한 심정에 빠진다. 히트종목들은 저렇게 경이적인 상승을 했는데 자신이 보유한 종목들은 그저 조금 올랐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손실을 보기도 했기 때문이다.

TV 스포츠 프로그램에서 진기명기 장면만 모아서 방영하는 경우가 있다. 축구의 경우 멋진 골 장면만 연달아 보여주거나 골키퍼의 환상적인 수비 순간을 모아서 보여준다. 야구의 경우에는 멋진 안타나 홈런 장면을 편집해서 보여주거나 기막힌 다이빙 캐치 장면만 모아서 방영하는 것이다. 그것을 보노라면 ‘모든 운동선수가 다 저렇게 잘하는가’라고 생각하고 ‘프로 선수라서 역시 다르구나’라고 감탄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진기명기 장면이 선수들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프로 선수들도 평범한 플레이를 하는 경우가 훨씬 많고 때로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범하거나 슬럼프에 빠져서 한동안 헤매기도 한다. 월드컵 축구 같은 큰 경기에서 공격수가 상대방의 텅 빈 골문에 골인을 못 시키는 경우도 있고 골키퍼가 알까기를 하는 실수도 저지른다. 진기명기 장면만 보고 모든 운동선수들이 완벽한 경기를 펼친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주식시장의 투자자들도 그해의 히트종목만 바라보면서 남들은 저렇게 투자수익률이 높은데 나만 왜 이렇게 성적이 저조할까 하고 열등감이나 자괴심을 갖기 쉽다. 한편으로는 나도 빨리 남들만큼 높은 수익을 얻어야지 하고 조급한 심정으로 이 종목 저 종목을 골라 투자하기도 한다. 그러나 히트종목의 수익률은 이론적인 수치일 뿐이다. 그 주식을 최저점에서 사서 최고점에서 판 투자자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히려 그 히트종목의 최고점 언저리에서 물려있는 투자자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항상 어떤 종목의 최저치와 최고치를 대비한 상승률을 자신의 수익률과 비교하면서 실망하거나 우울해한다. 히트종목의 상승률을 기준으로 막연히 다른 투자자와 자신을 비교하면서 생기는 열등감이나 조급함은 또 다른 실패를 자초하기 쉽다. 즉 심리적으로 뇌동매매에 빠질 가능성이 큰 상태가 되는 것이다.

월가의 전설적인 펀드 매니저 피터 린치는 “다른 사람이 벌어들인 소득을 자신의 개인적 손실로 간주하는 것은 주식투자에 있어 생산적인 자세가 못 된다. 실제로는 완전히 미치게 될 수도 있다. 이런 식의 사고방식에 있어 최악의 경우는 더 이상의 손해를 보지 말자는 강박관념에서 사서는 안 될 주식을 사는 것이다”라고 조언한다.

실제로 그해의 히트종목들을 살펴보면 우량주들은 거의 포함되어 있지 않고 일반 투자자들이 건드려서는 안 될 종목이 대부분이다. 내부자의 정보 없이는 매매하기 힘든 종목이거나 급등 후 급락하게 되는 종목들인 경우가 많다.

남이 갖고 있는 떡이 더 커 보이고 더 맛있어 보이지만 실제와는 다른 것이다. 반대로 올해 최고의 하락률을 기록한 종목들을 생각해 보자. 그런 종목을 사지 않은 것에 감사하고 자부심을 가지며 스스로를 칭찬해 보면 어떨까. 주식 투자로 적절한 수익을 내고도 공연히 남과의 비교를 통한 상대적 빈곤감으로 마음의 병까지 얻어서는 안 될 것이다. 12월을 맞아 한 해를 잘 정리하고 마무리하면서 새로운 성공투자를 위해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혀 보자.

박용선 SK증권 리서치센터 전문위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