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금융시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원화-채권-주식의 ‘트리플 강세’라고 할 수 있다. 작년 말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164.5원,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4.41%, 종합주가지수는 1,682.77이었다. 현재 환율은 2% 이상 올랐고, 장기채 금리는 1%포인트 이상 하락했으며 종합주가지수는 15% 이상 상승했다. 12월 커다란 돌발변수가 없는 한 올해는 대체로 이런 분위기에서 마무리될 것 같다.
지금 장기채 금리는 사상 최저치에, 종합주가지수는 사상 최고치에 근접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투자자는 이익 실현의 욕구와 신고가에 대한 기대감 속에 배회하게 된다. 요즘 국내 금융시장 움직임이 그러하다. 하지만 11월부터 지금까지 전개돼온 시장의 움직임만을 살펴보면 신고가를 기대하는 상황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 증시의 움직임을 돌이켜보자. 11월 옵션만기일의 충격을 경험했고 북한의 도발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증폭됐다. 중국은 긴축정책을 지속했고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위기 문제가 끊임없이 도출됐다. 악재라 할 수 있는 것들이 한꺼번에 터진 상황에서도 종합주가지수는 조정이라고 할 만한 흐름도 없이 상승세를 유지했다. ‘이 정도 상황이면 주가가 좀 빠져야 하는데 왜 이런지 모르겠다’고 분통 아닌 분통을 터뜨리는 사람도 많이 보았다.
금융시장의 가격이 움직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것도 아주 복합적인 이유다. 거시경제 환경, 정부 정책, 시장 수요와 공급, 기술적 모멘텀, 투자자 심리 상태, 거래량 등 모든 것이 화학작용을 해 결정되는 것이 시장 가격이다. 가격을 예상하기 위해서는 시장 분석이 필요하지만 시장 흐름이 예상을 벗어났을 때 취할 수 있는 태도는 경험상 두 가지다. 쉬는 것 아니면 시장 흐름에 그냥 편승하는 것이다.
긍정적 모멘텀 전략과 부정적 모멘텀 전략이 있다. 전자는 시장이 전개되는 방향으로 투자를 지속하라는 것이고, 후자는 시장 흐름과 반대로 투자하라는 것이다. 오랫동안 투자 성과를 검증해 보면 투자의 중장기적 성과는 긍정적 모멘텀 전략에서 우월하게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긍정적 모멘텀 전략이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다. 버블 상황에서 그렇다. 금융자산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거나 낮은 상황이 펼쳐지면 시장이 급반전되면서 큰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주가가 신고가 근처에 다가온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긍정적 모멘텀 전략이 유효한지, 지금 주가가 버블인지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다. 환율 방향, 글로벌 투자자금의 움직임, 둔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안착될 경제성장률, 국내 기업 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버블이라는 판단을 하기에는 이른 것 같다. 시장 흐름에 그냥 의지해 보는 것도 괜찮은 투자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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