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연말이 되긴 힘들 것 같다. 북한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글로벌 경제동향이 썩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실업률이 다소 개선된다는 것과 독일 비즈니스 지수가 20년 만에 최고치를 상향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긴 하나 남부 유럽의 재정위기와 중국의 긴축무드는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여기에 우리나라도 산업생산 동향이 22개월째 하락 추세에 있다. 금융위기 이후 수직 반등했다가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 ‘키 높이’를 맞추는 과정이다. 또 지난 2년간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견인했던 주요 아이템들도 글로벌 시장에서 점점 높아지는 경쟁의 파도를 뚫어야 한다. 환율 문제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출채산성에 영향을 줄 것이다.
따라서 이런 환경에서 주요 증권사들이 내년 증시를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다소 의아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물론 나름의 논리가 있다.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은 한국 기업들이 위기 이후 다른 외국 기업에 비해 격차를 더 벌렸다는 것이다. 더불어 선진국이 경기 침체에서 탈출하지 못했기 때문에 유동성을 여전히 풍부하게 공급할 것이라는 점과 역설적으로 선진국이 부진할수록 돈이 갈 만한 곳이 상대적으로 고성장을 구가하는 아시아 특정 국가들밖에 없지 않으냐는 주장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서서히 올리겠지만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심하지 않고―오히려 디플레이션 걱정이 많다―다행스럽게 환율도 북한 문제로 생각보다 빠르게 절상되지 않고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증권회사가 전망하는 2,300∼2,400 혹은 2,500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행 조건이 있다. 중국의 긴축이 그야말로 연착륙이 되면서 내수와 수출이 자연스럽게 바통 터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 첫 번째다. 또 미국 경제의 회복 속도가 올해보다는 빨라져야 한다는 점과 유럽 재정위기가 스페인까지 덮치지 않고 그 전에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중 어느 하나 시나리오대로 간다는 보장이 없다. 물론 가치 측면에서 보는 증시는 과거 20년 평균치나 경쟁국보다 20% 이상 저평가돼 있어 2,400∼2,500이 도달 불가능한 숫자는 아니다.
하지만 보수적인 전망이 손해 볼 일은 없다. 금년처럼 연초 대비 10% 정도 상승해도 은행금리보다 3배 정도 수익이라 짭짤하다. 유동성 때문에 너무 빨리 지수가 상승하면 오히려 상승세가 빨리 꺾일 수 있다. 차라리 쉬엄쉬엄 조정해 가면서 글로벌 경제동향에 보조를 맞추며 적당히 상승하는 게 긴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 번잡스럽지 않은 시장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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