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현 부사장 승진… 후계구도 윤곽
오너일가 아닌 30대 3명도 ‘별’ 달아
실적 맞춰 보상… 삼성전자 출신이 임원 휩쓸어
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 최고의 실적을 거둔 삼성그룹이 490명에 이르는 사상 최대규모의 임원 승진인사를 8일 실시했다. 승진 임원 수가 지난해 380명보다 무려 110명 늘어나면서 총 임원 수는 1800여 명이 됐다. 올해 반도체를 중심으로 삼성전자가 최대 실적을 거두는 등 성과에 따른 인사 원칙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오너 일가가 아닌 30대 임원 3명을 배출하는 등 ‘젊은 삼성’으로의 세대교체에도 중점을 뒀다. 이는 삼성의 3세 경영체제가 본격화되고 있는 데 따른 조치로 분석된다.
○3세 후계구도
이날 인사에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제일모직·제일기획 전무(37)가 남편인 김재열 제일모직 전무(42)와 나란히 부사장에 올랐다. 서울예고와 미국 파슨스 디자인학교를 나온 이 신임 부사장은 지난해 말 전무가 된 뒤 1년 만에 부사장 직을 맡게 됐다.
이에 따라 올해 사장단 및 임원 인사에서 이 회장의 아들과 딸, 사위 5명 가운데 이부진 호텔신라·삼성에버랜드 신임 사장의 남편인 임우재 삼성전기 전무를 제외한 4명이 사장과 부사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재계에선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그룹의 주력인 전자 및 금융 계열사를 맡고 이부진 사장은 호텔신라, 에버랜드 등 서비스·유통 부문을, 막내인 이서현 부사장이 패션·광고 부문을 나눠 맡는 체제로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 이병철 회장도 생전에 전자와 유통, 식품 사업군을 자녀들에게 나눠 상속했다.
○‘젊은 피’ 대거 수혈
올해 최연소 임원이 된 삼성전자 이민혁 수석(38)은 박사과정을 마치고 2001년 입사해 불과 9년 만에 ‘별’이 됐다. 그는 갤럭시S를 비롯한 여러 스마트폰 디자인 부문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 승진연한을 4년이나 당겼다. 보통 삼성에선 부장에서 상무로 가는데 4년, 상무에서 전무로 6년, 전무에서 부사장 승진에 4년이 소요된다. 이 밖에 TV 디자인을 맡은 삼성전자 양준호 수석(39)과 물류시스템을 담당한 삼성전자 문성우 부장(39)도 30대에 상무로 승진했다.
이와 관련해 승진연한을 앞당기는 ‘발탁’ 인사비율은 전체 490명 중 16.1%(79명)로 2006년 이후 가장 높았다. 특히 승진연한을 2년 이상 당긴 ‘대발탁’ 인사의 경우 이서현, 김재열 신임 부사장 등 총 12명으로 2008년 1명, 지난해 4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또 전체 승진자의 65%(318명)가 상무로 막 임원 대열에 동참하는 등 오너 3세들과 손발을 맞출 수 있는 젊은 층을 대거 영입했다. 이에 대해 삼성은 “21세기를 선도해 나갈 참신한 인물은 연령이나 직급 연차에 상관없이 과감하게 발탁했다”며 “이들을 그룹의 미래경영을 이끌 차세대 리더로 육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여성 인력 부상
최근 사장단 인사에서 해외 글로벌 업체 출신의 외부 인력이 사장에 오른 데 이어 해외 현지법인의 외국인 7명이 본사 정규 임원에 올랐다. 특히 지난해 승진한 데이비드 스틸 전무에 이어 올해는 베이징통신연구소장인 왕통 상무가 전무로 승진하면서 외국인 최고위 임원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신임 왕 전무는 베이징통신연구소 창립 멤버 중 하나로 11년째 삼성에서 일하면서 중국 시장에 맞는 휴대전화를 개발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외국인들이 본사 부사장급 이상 임원으로 승진한 사례가 없는 등 내국인 중심의 인사 관행이 있었던 게 사실. 하지만 이번 인사를 계기로 외국인 직원들의 임원 진출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강조했던 여성들의 임원 진출도 지난해에 이어 강화되는 추세다. 이번 정기임원 인사에서 부사장 1명, 전무 1명, 상무 5명 등 총 7명의 여성 승진자가 나왔다.
삼성은 지난해 제일기획 최인아 당시 전무를 최초로 부사장에 임명하는 등 6명의 여성을 임원 명단에 올렸다. 삼성 관계자는 “여성 인력을 본격적으로 확대한 1995년도 공채 입사자가 이제 차장까지 왔다”며 “이들의 승진연한이 다가올 5년 뒤에는 여성 임원이 무더기로 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올해 최대 임원 등용문은 삼성전자 반도체와 무선사업부였다. 반도체 부문은 올해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을 차지하며 선전했으며 무선사업부는 ‘아이폰 쇼크’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로 재빨리 대응해 시장에 안착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이에 따라 반도체사업부에서 49명, 무선사업부에서 31명의 임원을 각각 배출하는 등 두 사업부가 전체 그룹 승진자의 16%를 차지했다.
○ 삼성 임원 대우도 파격
흔히 재계에서 삼성 임원은 파격적인 예우로 선망의 대상이 되곤 한다. 실제로 삼성 신임 상무급의 경우 각종 성과급을 제하고 1억5000만 원 안팎의 세전 연봉을 받게 된다. 고참급 상무가 되면 연봉은 3억 원 안팎에 이르고, 전무나 부사장, 사장으로 승진할 때마다 급여가 크게 뛴다. 업무용 차량도 받게 된다. 상무에게는 그랜저나 SM7, K7, 오피러스, 체어맨 등이 제공되고, 전무급 이상은 배기량 3L 이상의 에쿠스 승용차와 함께 운전기사도 딸린다. 하지만 업무성과에 따라 즉각 퇴출될 수 있어 스트레스 또한 만만치 않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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