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차니까 안전 얘기로 시승기 쓰고 시티 세이프티인가, 저절로 세워주는 기능 시험해보고 그러면 되겠네’라고 생각하고 운전석에 앉았다. ‘고놈 참 야무지게 생겼다’는 생각도 좀 했다. 이 차의 시승기를 쓰면서 안전보다 ‘달리는 재미’에 초점을 맞추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XC60’의 고성능 버전인 ‘더 뉴 볼보 XC60 T6(사진)’ 얘기다.
돌이켜보면 ‘C30’도 작은 차체에 넘치는 힘으로 달리는 재미가 만만치 않았다. 볼보라고 하면 흔히 ‘안전의 대명사’라고만 생각하지만 볼보의 차들이 겨울이 길고 오프로드가 많은 스웨덴의 특성에 맞춰 설계됐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디젤이 아닌 가솔린 직렬 6기통 트윈 터보엔진을 사용하는 XC60 T6는 최고출력이 285마력으로 강력하고 엔진 회전수 1500∼4800rpm의 넓은 구간에서 40.8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해 특히 저속에서 ‘시원하게 잘나간다’는 통쾌함에 가까운 기분이 들 정도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7.3초. 다만 연료소비효율(연비)은 L당 8.1km로 다소 떨어진다.
승차감은 컴포트 모드와 스포트 모드에서 느낌이 썩 달랐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부드럽긴 해도 둔중하다는 기분이 들었는데 스포트 모드로 바꾸자 서스펜션이 다소 딱딱해진 듯했으나 반응이나 가속이 훨씬 더 재미있어졌다.
C30을 타면서도 기특하게 생각했던 ‘블리스(BLIS)’는 써보면 써볼수록 훌륭한 장치고 빨리 국산차도 이 기능을 갖췄으면 한다. XC60 T6에는 양쪽 사이드미러 뒤편 사각지대에서 차나 오토바이가 다가오면 불이 켜지는 기능 외에도 차선 이탈 경고시스템, 경추보호시스템 등 다양한 안전장치가 기본으로 달려 있다.
미진한 부분은 뜻밖에도 감성 품질 쪽이었다. 센터페시아는 운전자 쪽으로 기울어지게 디자인된 것이 편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프리미엄 차라고 내세우기에는 조금 민망한 수준이었고 내비게이션의 위치나 버튼 크기가 손에 잘 익지 않았다. 계기반은 깔끔하기는 한데 묘하게 눈에 잘 안 들어오는 느낌이었고 일반적인 국내 차들과 달리 계기반에서 속도계가 왼쪽, 엔진 회전수를 보여주는 타코미터가 오른쪽에 배치된 것이 자꾸 사람을 헷갈리게 했다.
가격은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7390만 원. 2011년형 모델이 나오면 최근 미국 워즈오토가 선정한 ‘2011년 10대 엔진’에도 포함된 새 T6 엔진이 장착되면서 최고출력은 304마력, 최대토크는 44.9kg·m 정도로 올라갈 예정이다. 감성 품질은 어떻게 개선할지 기대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