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가 오르고 있다. 속도도 빠르다. 10월 초 2.4% 아래로 떨어졌던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최근 3.2% 위로 올라섰다. 불과 2개월 만에 0.9%포인트 가까이 오른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6000억 달러에 이르는 2차 양적 완화를 결정하고 실행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금리 상승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1차 양적 완화 때도 논의가 진행될 때 금리가 내리고 막상 실시되기 시작한 후에는 금리가 올랐음을 감안할 때 FRB가 국채를 사주기 시작하면 금리가 오르고, 사는 것을 중단하면 오히려 금리가 내리는 현상이 반복되는 셈이다. 국채를 매입하면서 시중에 돈을 풀면 금리가 떨어져야 하는데 반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채권 가격은 수급에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향후 경제 상황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다. 경제 상황이 좋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으로 보이면 중앙은행이 채권을 사 준다고 해도 금리가 추세적으로 하락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둘째, 시장의 기대와 중앙은행의 행동 간에는 시차가 존재한다. 시장은 양적 완화를 선택하게 되는 경제 상황에 먼저 반영하고,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중앙은행은 이보다 늦게 행동에 나선다. 2009년 1차 양적 완화가 시행되기 전에 금리가 크게 내리고, 막상 시행 이후 금리가 오른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셋째, 양적 완화의 시행이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미국 내 디플레이션 압력을 완화시킬 것이라는 기대가 유지되고 있다. 만약 그러한 기대가 형성되지 못한다면 양적 완화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금리가 오를 이유가 없다.
결국 앞으로도 FRB의 국채 매수로 미국 금리가 떨어지기보다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적어도 2차 양적 완화가 마무리되는 2011년 상반기까지는 이러한 과정이 진행될 것이라 본다.
물론 그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정책금리는 여전히 사상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고, 가계는 계속 부채를 줄여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저축률이 올라가는 환경이란 얘긴데, 소비가 크게 늘어날 수 없다. 기업 이익이 늘어 투자와 고용이 회복돼야 하지만 한 번 크게 어려움을 겪은 기업들은 채용에 보수적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투자와 고용이 회복되겠지만 속도가 매우 느릴 것이란 얘기다. 그렇다면 물가가 빨리 오를 이유도, 정책금리 인상이 빨라질 이유도 크지 않다.
하지만 시장금리는 성장과 물가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움직인다. 따라서 현재의 미국 금리 상승은 현재 경제 상황을 반영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당분간 다른 자산 가격에 큰 부담을 주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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