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한 해 동안 무수히 많은 브랜드와 상품이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이 중 가장 신선하고 효과적인 마케팅을 한 기업 및 브랜드(상품)는 무엇일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는 유연한 사고와 파격적인 아이디어로 마케팅 혁신을 이뤄낸 기업들의 지혜와 전략을 널리 알리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2010 베스트 마케팅’ 조사를 실시했다. DBR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업계와 학계에 좋은 통찰을 주는 5개 브랜드, 즉 엠넷미디어 ‘슈퍼스타K2’, 기아자동차 ‘K5’, 김영사 ‘정의란 무엇인가’, 아모레퍼시픽 ‘려’, 해피콜 ‘직화오븐’을 선정했다. 이어 국내 최고 마케팅 전문가들과 함께 이들 5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깊이 있는 사례 연구(Case Study)를 실시하고 이를 DBR 71호(2010년 12월 15일자)에 게재했다. 이 중 ‘슈퍼스타K2’, ‘K5’, ‘정의란 무엇인가’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 2010년 가을 대한민국은 한 케이블 TV 프로그램과 사랑에 빠졌다. 평범한 사람들이 노래 하나로 스타가 되는 과정에 전 국민이 환호했다. 케이블방송 엠넷미디어의 ‘슈퍼스타K2’ 얘기다. 이 프로그램은 방송 7회 만에 시청률 10%를 돌파했고, 최종회 시청률은 어지간한 지상파 프로그램보다 높은 18.1%를 기록했다. 환풍기 수리공에서 우승자가 된 허각의 인생 역정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DBR이 2010년 11월 국내 마케팅 전문가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61%는 슈퍼스타K2를 ‘올해 최고의 마케팅을 전개한 브랜드(상품)’로 꼽았다.
○ ‘오디션+다큐’의 한국형 프로그램으로 차별화
이미 많은 한국 시청자들은 미국과 영국의 가수 발굴 프로그램인 ‘아메리칸 아이돌’이나 ‘브리튼스 갓 탤런트’를 봤다. ‘악동클럽’ ‘쇼바이벌’ 등 국내에서도 시도된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이 식상하다는 평가를 받은 주요 이유다. 하지만 슈퍼스타K2는 오디션이란 형식에 다큐 요소를 가미해 시청자의 친근함을 자극하고, 과거 유사 오디션 프로그램에선 느끼지 못했던 재미와 감동까지 선사했다.
참가자들은 카메라 앞에서 가난, 부모의 이혼, 학원 폭력 등 내밀한 사생활을 토로하며 눈물지었다. 합숙 과정에서 갈등, 우정, 러브라인 등 인간적 면모도 생생하게 드러났다. 일각에선 “선정적 소재로 시청률 상승을 노린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참가자들이 왜 노래에 절박하게 매달릴 수밖에 없는지와 그들이 부르는 노래에 대한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데 효과적이었다.
○ 시청자의 참여를 통한 고객 주도 혁신
케이블방송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2’의 우승자 허각은 상금 2억 원과 QM5 자동차를 획득하고 데뷔 음반 발매 기회도 얻었다. 그의 신곡 ‘언제나’는 발매 직후 각종 음원 차트에서 1위에 올랐다. 사진 제공 엠넷미디어 슈퍼스타K2는 투표를 통한 참가자들의 순위 선정 외에도 콘텐츠 생산 과정에 시청자들을 대거 참여시켜 ‘록인(lock-in) 효과’를 극대화했다. 록인 효과는 고객이 제품 생산 과정에 참여하면서 해당 제품에 강한 애착과 충성심을 보유하는 현상을 말한다.
최종 방송 한 주 전에 있었던 10월 15일 방송에서는 살아남은 3명의 참가자가 시청자들이 직접 선정한 곡을 불렀다. 방송 전 시청자들이 해당 참가자에게 가장 어울리는 곡들을 투표하고, 가장 호응이 높은 노래를 참가자가 소화하는 형식이었다. 시청자들은 자신이 직접 고른 곡을 좋아하는 참가자가 부르는 모습까지 보면서 강한 애착과 동질감을 느꼈다.
혁신 분야 거장인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에릭 폰 히펠 교수도 “많은 혁신이 생산자가 아니라 고객에 의해 만들어졌다”며 “고객 주도의 혁신 시스템을 구축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기초 생산 단계에서부터 고객을 참여시키는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 멘터링 시스템을 통한 음악적 사제 관계 형성
교권 추락에 대한 우려가 높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군사부일체의 전통이 강하다. 슈퍼스타K2에 등장한 참가자와 심사위원들의 관계는 음악을 매개로 한 21세기 버전의 사제관계로 큰 호평을 받았다.
많은 이가 슈퍼스타K2의 가장 인상적인 순간으로 10월 8일 방송을 꼽는다. 이날 제작진은 시즌1에선 시도하지 않았던 ‘심사위원 곡 부르기’ 미션을 만들어 냈다. 허각과 존박은 이승철의 지도하에, 장재인은 엄정화의 지도하에 각각 그들의 인기곡을 불렀다. 하지만 심사위원 윤종신은 자신의 비(非)인기곡인 ‘본능적으로’를 강승윤에게 강하게 추천했다. 이전까지 독보적인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던 강승윤은 이 노래를 자기 스타일로 멋지게 소화했다.
강승윤에게 잘 맞는 곡을 골라주고, 그의 성장을 격려하는 윤종신의 모습은 우리 사회가 갈구하는 훌륭한 스승의 이미지로 투영됐다. 해외 오디션 프로그램에도 인기 가수나 프로듀서가 심사위원으로 등장하지만 슈퍼스타K2처럼 일대일 코칭을 통해 참가자와 인간적 교감을 나누는 모습은 보기 어렵다.
○ 판박이 창법, 심사평이 아닌 다양성으로 승부
시즌2의 심사위원은 모두 각자의 개성과 주관이 뚜렷했다. 이승철은 참가자의 가창력을, 엄정화는 스타성을, 윤종신은 가수로서 희소가치를 중점적으로 평가했다. 심사위원 간의 차별성과 개성은 ‘판박이 심사평’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9월 24일 방송에서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을 부른 장재인의 무대가 끝나자 이승철과 엄정화는 “노래를 듣기 힘들었다”며 각각 89점, 88점을 줬다. 반면 윤종신은 “허스키한 목소리가 좋다”며 98점을, 특별 심사위원 이문세는 “눈물이 났다”며 95점을 부여했다.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의 점수와 평이 완전히 엇갈린 셈이다. 시즌 1, 2를 모두 연출한 김용범 총괄연출자(CP)는 “음악을 보고 듣는 눈과 귀는 저마다 다르다”며 “비슷한 노래를 비슷한 창법으로 부르는 참가자들과 한목소리만 내는 심사위원만 있다면 소비자들에게 아무런 가치를 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한상만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 smhan@skku.edu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1호(2010년 12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
당신의 제안이 확실히 실패하는 원인은?
▼ 제안 성공 노하우
드라마 ‘역전의 여왕’에서 사내 부부인 황태희(김남주 분)와 봉준수(정준호 분)는 신상품 기획안을 두고 경쟁 프레젠테이션에 나선다. 태희는 어수룩한 남편 준수를 격려하며 프레젠테이션의 필살기를 소개한다. 결론을 먼저 제시하고, 중요한 데이터는 암기하고, 자신감을 가지라는 것. 하지만 이는 기본 중의 기본일 뿐이다. 게다가 사외 입찰에서 경쟁사와 맞붙는다면 고려해야 할 게 한 둘이 아니다. 제안·입찰 전문가들은 이기는 제안과 실패하는 제안이 따로 있다고 말한다. 실패하는 제안서에는 일관된 특징이 있다. 제안의 충실도와 반응도가 낮거나 고객 관점이 빠져 있다. 전략도 불명확하다. 제안서가 짜임새 있게 구조화되지 않고 과거의 실적 및 성과와 프로젝트 과제를 연결하는 고리도 약하다. 이런 제안은 백전백패일 뿐이다. 제안에서 확실히 실패하는 10가지 원인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2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이번 호에는 5가지 원인에 대한 분석을 실었다.
숨겨진 인재의 마음에 신바람을 일으켜라
▼ 메디치 가문의 창조경영 리더십
보티첼리의 그림 ‘프리마베라’의 가장 오른쪽에는 서풍의 신 제피로스가 나온다. 그림 속 제피로스는 입술을 모아 힘껏 바람을 불고 있다. 왼쪽에서는 교역, 거래, 상업의 신이었던 메르쿠리우스가 바람의 구름을 휘젓고 있다. 보티첼리는 이탈리아 피렌체 경제를 주름잡았던 메디치 가문 사람들을 위해 이 그림을 그렸다. 그는 작품 속 메르쿠리우스의 모습을 통해 메디치 가문이 감당해야 할 리더의 역할과 임무를 은밀한 코드로 집어넣었다. 그 역할이란 바로 바람을 일으키는 것이다. 로렌초 데 메디치는 소년 미켈란젤로의 마음에 거센 바람을 일으켰고, 소년의 마음에 불었던 그 바람은 거대한 태풍으로 변했다. 르네상스 예술은 미켈란젤로에 의해 극상(極上)의 아름다움으로 발전했다. 돈이나 승진을 미끼로 인재들의 마음을 사려는 것은 부질없거니와 가능하지도 않다. 소년 미켈란젤로와 같은 숨은 인재의 마음에 신바람을 불러일으킨 메디치 가문 리더십의 요체를 짚었다.
리더십 스타일보다 부하와의 궁합이 성과 좌우
▼ Knowledge at Wharton
늘 강하고 외향적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리더가 적지 않다. 자리에서 일어나 큰 소리로 의견을 내고, 명령을 내리고, 계획을 세우며, 그룹 내에서 가장 지배적이고, 외향적인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인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경영대학원 애덤 그랜트 교수가 최근 진행한 리더십 및 그룹 역학 관계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이런 통념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내성적인 리더가 외향적인 리더보다 효과적일 때도 있다. 리더가 관리하는 대상이 어떤 유형인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성공한 리더 중에는 대담하고 말이 많고 자기주장이 강한 잭 웰치,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등과 같은 외향적인 리더가 있는가 하면 마하트마 간디, 에이브러햄 링컨처럼 조용하고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리더도 있다. 리더십에 대한 일반의 통념을 뒤집는 그랜트 교수의 통찰을 소개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