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선정 2010 베스트 마케팅]김영사 ‘정의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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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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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갈망 + 역발상 마케팅 딱 맞아떨어져

8월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를 방문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자신의 캐리커처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8월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를 방문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자신의 캐리커처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2010년 대한민국은 책 한 권으로 ‘공정 사회’ 열풍에 휩싸였다.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 때문이다. 이 책은 5월 말 출간 이후 61만 권(출고 기준)이 팔렸고 무려 12주간 베스트셀러 1위(교보문고 종합, 누적 기준)를 차지했다. 2000년대 들어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인문서적은 2000년 ‘노자와 21세기 2’(김용옥 저), 2002년 ‘신경림의 시인들 찾아서 1’(신경림 저)뿐이다. DBR 71호에 실린 ‘정의란 무엇인가’의 마케팅 성공 비결을 분석했다.

2009년 말 미국에서 출간된 ‘정의란 무엇인가’의 원서를 받아든 김영사. 한국 출간 시기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2010년에는 밴쿠버 겨울올림픽,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광저우 아시아경기 등 굵직한 스포츠 행사에다 지방선거도 있어 새 책을 내놓을 시점이 마땅치 않았다.

김영사는 출판시장의 통념을 역이용했다. 시장이 위축되면 경쟁 강도도 약해지므로 책을 조금만 더 팔아도 순위가 대폭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에 김영사는 책을 6·2지방선거 직전에 출간하기로 결정했다. 선거 기간에 다양한 정치적 논란이 일 때 이 책이 ‘정의’의 잣대를 제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방선거 직전에 책을 출시한 김영사는 정치인과 언론인 기업인 등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집중 배포해 입소문 효과를 노렸다. 실제 이 책은 선거 직후인 6월 내내 베스트셀러 2, 3위를 유지했고 7월부터 1위로 올라섰다.

책의 마케팅 콘셉트는 ‘하버드대 교수의 전설적인 강연’으로 잡았다. 실제로 샌델 교수의 하버드대 강의는 매년 1000여 명이 수강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영사는 동양권에서 ‘하버드’라는 브랜드가 유독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점을 주목했다.

책의 얼굴인 제목도 고심을 거듭했다. 원제인 ‘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정의: 무엇이 옳은 일인가’를 한국어판에서는 ‘정의란 무엇인가’로 결정했다. 대학 강의를 연상시키기 위해 ‘하버드대 학생들은 정의를 어떻게 배우는가? 하버드가 전 세계에 최고의 강의실을 개방한다’는 문구도 광고에 강조했다. 표지사진도 원형극장과 비슷한 웅장한 하버드대 강의실에 수백 명의 학생이 빼곡하게 모여 샌델 교수의 강의를 듣는 모습을 실었다. 흰색 바탕에 제목만 있는 원서의 표지와도 확연하게 다르다.

‘정의란 무엇인가’ 3쇄부터는 강연을 30분 분량으로 압축한 DVD도 첨부했다. 샌델 교수가 학생들에게 쉴 새 없이 질문을 퍼붓는 드라마틱한 강의 스타일로 유명하다는 점을 이용해 어학용 교재가 아닌 인문서적에 DVD를 주는 마케팅을 시도한 셈이다. 동영상을 본 독자들이 직접 샌델 교수의 수업을 듣는 듯한 효과를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샌델 교수의 방한과 강연도 책의 인기를 더욱 높였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성공 요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소비자 욕구의 정중앙, 즉 ‘스위트 스폿(sweet spot)’을 겨눴다. 공정함과 정의라는 이슈에 대한 갈망이 크다는 시대정신을 잘 읽어냈다. 둘째, 구전 마케팅(word of mouth)의 성공이다. 권위 있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공식 석상에서 언급하게 해서 이들의 입소문과 꾸준한 광고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게 했다. 셋째, 다양한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을 제공했다. 서적이라는 단일 플랫폼이 아닌 동영상, 오프라인 강연 등의 멀티 플랫폼을 활용했다. 넷째, 아시아권에서 형성된 하버드대에 대한 독특한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했다. 또 책의 표지, 홍보, 제목 등을 마케팅 콘셉트인 ‘하버드대의 전설적인 강연’에 정렬(align) 시켰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이문규 연세대 경영대 교수 mlee@yonsei.ac.kr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1호(2010년 12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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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제안이 확실히 실패하는 원인은?

▼ 제안 성공 노하우


드라마 ‘역전의 여왕’에서 사내 부부인 황태희(김남주 분)와 봉준수(정준호 분)는 신상품 기획안을 두고 경쟁 프레젠테이션에 나선다. 태희는 어수룩한 남편 준수를 격려하며 프레젠테이션의 필살기를 소개한다. 결론을 먼저 제시하고, 중요한 데이터는 암기하고, 자신감을 가지라는 것. 하지만 이는 기본 중의 기본일 뿐이다. 게다가 사외 입찰에서 경쟁사와 맞붙는다면 고려해야 할 게 한 둘이 아니다. 제안·입찰 전문가들은 이기는 제안과 실패하는 제안이 따로 있다고 말한다. 실패하는 제안서에는 일관된 특징이 있다. 제안의 충실도와 반응도가 낮거나 고객 관점이 빠져 있다. 전략도 불명확하다. 제안서가 짜임새 있게 구조화되지 않고 과거의 실적 및 성과와 프로젝트 과제를 연결하는 고리도 약하다. 이런 제안은 백전백패일 뿐이다. 제안에서 확실히 실패하는 10가지 원인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2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이번 호에는 5가지 원인에 대한 분석을 실었다.



숨겨진 인재의 마음에 신바람을 일으켜라

▼ 메디치 가문의 창조경영 리더십


보티첼리의 그림 ‘프리마베라’의 가장 오른쪽에는 서풍의 신 제피로스가 나온다. 그림 속 제피로스는 입술을 모아 힘껏 바람을 불고 있다. 왼쪽에서는 교역, 거래, 상업의 신이었던 메르쿠리우스가 바람의 구름을 휘젓고 있다. 보티첼리는 이탈리아 피렌체 경제를 주름잡았던 메디치 가문 사람들을 위해 이 그림을 그렸다. 그는 작품 속 메르쿠리우스의 모습을 통해 메디치 가문이 감당해야 할 리더의 역할과 임무를 은밀한 코드로 집어넣었다. 그 역할이란 바로 바람을 일으키는 것이다. 로렌초 데 메디치는 소년 미켈란젤로의 마음에 거센 바람을 일으켰고, 소년의 마음에 불었던 그 바람은 거대한 태풍으로 변했다. 르네상스 예술은 미켈란젤로에 의해 극상(極上)의 아름다움으로 발전했다. 돈이나 승진을 미끼로 인재들의 마음을 사려는 것은 부질없거니와 가능하지도 않다. 소년 미켈란젤로와 같은 숨은 인재의 마음에 신바람을 불러일으킨 메디치 가문 리더십의 요체를 짚었다.



리더십 스타일보다 부하와의 궁합이 성과 좌우

▼ Knowledge at Wharton


늘 강하고 외향적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리더가 적지 않다. 자리에서 일어나 큰 소리로 의견을 내고, 명령을 내리고, 계획을 세우며, 그룹 내에서 가장 지배적이고, 외향적인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인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경영대학원 애덤 그랜트 교수가 최근 진행한 리더십 및 그룹 역학 관계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이런 통념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내성적인 리더가 외향적인 리더보다 효과적일 때도 있다. 리더가 관리하는 대상이 어떤 유형인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성공한 리더 중에는 대담하고 말이 많고 자기주장이 강한 잭 웰치,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등과 같은 외향적인 리더가 있는가 하면 마하트마 간디, 에이브러햄 링컨처럼 조용하고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리더도 있다. 리더십에 대한 일반의 통념을 뒤집는 그랜트 교수의 통찰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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