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떡 팔다 본죽 창업… 받은 만큼 나눠야죠”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4일 03시 00분


본아이에프 김철호 대표 - 복지법인 본사랑 최복이 이사장 부부

13일 서울 종로구 관철동 본아이에프 본사에서 김철호 대표(왼쪽)와 아내인 최복이 사회복지법인 ‘본사랑’ 이사장이 이 회사 브랜드인 ‘본죽’의 죽을 선보이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3일 서울 종로구 관철동 본아이에프 본사에서 김철호 대표(왼쪽)와 아내인 최복이 사회복지법인 ‘본사랑’ 이사장이 이 회사 브랜드인 ‘본죽’의 죽을 선보이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본죽, 본비빔밥, 본국수 등 ‘한국형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거느린 본아이에프는 올해 상복이 터졌다. 올해 지식경제부 장관상에서 대통령상으로 격상된 프랜차이즈대상, 지속가능경영대상(지식경제부), 우수프랜차이즈상(중소기업청) 등을 받은 것. 설립 8년 만인 올해 본사 850억 원, 가맹점(1280곳) 3200억 원의 매출이 예상되는 본아이에프의 김철호 대표(47)는 ‘한국 프랜차이즈업계의 신화’로 통한다.

13일 서울 종로구 관철동 본아이에프 본사에서 만난 김 대표와 그의 아내인 최복이 사회복지법인 ‘본사랑’ 이사장(45)은 “우리 회사를 믿고 창업한 가맹점주 한분 한분의 생계가 걸려 있어 그분들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하도록 하는 게 저희의 첫 번째 책무”라며 “가맹점주들과는 회사의 비전(영업시간과 마케팅 등의 기본을 지키는 것)을 공유하고 국내외 소외계층에게는 ‘선한 나눔’을 실천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대 국문과 선후배이자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이들 부부는 역경을 딛고 일어선 기업인이다. 김 대표는 세제수입사업을 하다가 외환위기 때 부도를 맞고 2000년엔 숙명여대 앞에서 호떡장사를 했다. 자존심을 잃지 않기 위해 양복을 입고 호떡을 팔며 틈틈이 요리를 배우다 2002년 서울 종로구 연건동에 ‘본죽’ 1호점을 냈다. 아내인 최 씨는 주문 10분 만에 죽을 쑤어 내는 조리법을 개발했다. 당시 때맞춰 ‘뜬’ 참살이(웰빙) 트렌드에 죽은 대표적 ‘슬로 푸드’가 됐고 물밀듯한 프랜차이즈 요청에 본죽은 죽의 대명사가 됐다.

지난해 6월 설립한 ‘본사랑’은 이달 초 연평도 주민들이 대피한 찜질방에 1200인 분의 죽을 보냈다. 전국 가맹점을 통해 매월 700그릇 이상의 죽을 지역사회 어려운 이웃에게 나누는 본사랑은 올해부터는 필리핀과 캄보디아 등 지구촌의 굶주리는 아이들에게도 죽을 보내고 있다.

김 대표에게 롯데마트의 5000원짜리 ‘통 큰 치킨’의 판매 중단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큰 기업엔 큰 역할과 영향력이 있죠. BBQ 등 기존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을 옹호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큰 기업’이라면 선(善)한 영향력을 키워야죠.”

“넘치게 받은 축복을 나눈다”는 김 대표 부부는 “내년 1월부터는 ‘본 셰프 프로그램’을 통해 보육원 출신의 취업 준비생들에게 요리를 가르치고 취업 기회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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