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고교 3학년 자녀를 둔 고객이 찾아와 자녀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선물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상품권, 스마트폰, 노트북. 일반적으로 몇 가지 떠오르는 선물이 있었다. 하지만 고객의 대답은 의외였다. 삼성전자 주식 1주를 선물했다는 것이었다. 자녀가 스마트폰을 갖고 싶다고 해서 관련 기업의 주식을 사준 것이다.
고작 주식 1주가 뭐 대수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필자는 고객의 선택에 박수를 보냈다. 고객은 돈을 많이 주거나 좋아하는 선물을 사주는 것보다 자녀에게 경제와 투자 마인드를 키워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던 것이다.
한때 펀드시장에서 어린이 펀드가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운용보고서와 어린이 경제교실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가 곁들여져 펀드 하나로 자녀 경제교육까지 할 수 있어 고객 반응이 좋았던 것 같다. 선진국은 금융상품을 활용한 경제교육이 일찌감치 활성화되어 있다. 영국의 ‘차일드 트러스트 펀드(Child Trust Fund)’ 제도가 대표적이다. 2002년 시작된 이 제도에 의하면 어린이는 누구나 만 10세가 되면 차일드 트러스트 펀드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연간 250파운드(약 45만 원)씩 적립해야 하며 만 18세가 될 때까지 인출할 수 없다고 한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모자라는 만큼 정부에서 보조해 준다고 하니 장점이 많은 제도인 것 같다.
어려서부터 금융상품 투자를 시작하는 것은 교육의 관점 외에 자산 증식에도 이점이 많다. 특히 사전증여를 활용해 미리 자녀에게 부(富)를 이전하고자 한다면 금융상품을 활용하는 것이 매우 유용하다. 지난해 글로벌 증시가 불황의 늪에 빠져 있을 때 필자에게 사전증여를 문의한 고객이 있었다. 보유하고 있는 금융상품의 수익률이 신통치 않아 머리가 복잡할 법도 한데 고객은 지금이 기회라며 사전증여에 대한 의견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고객의 생각은 손실이 크게 난 이머징마켓펀드와 ELS를 대학생 자녀 2명에게 증여하는 것이었다. 고객은 미리 신고만 해두면 자산 증가분에 대해선 증여세를 납부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사전에 증여한 1000만 원이 10억 원이 돼도 나중에 세금 문제는 전혀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고객이 직접 돈을 굴렸다가 나중에 상속한다면 결과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다만 주의할 점은 ELS나 ELF는 증여나 양도를 통해 금융소득을 분산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보유 기간에 따른 과세가 다르므로 절세 효과는 각각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소득을 분산해서 세금이 줄어드는 효과와 자녀가 아닌 주부에게 증여할 때 건강보험료를 별도로 부과하는 문제 같은 추가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실질적인 절세효과를 누릴 수 있다.
고객의 금융상품 사전증여는 간단한 생각의 차이가 10년 뒤, 20년 뒤 큰 차이로 다가올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연말연시 자녀에게 줄 특별한 선물을 고민하는 부모가 많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익히는 경제습관이 중요하다는 데 동의한다면 금융상품을 활용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생각해 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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