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경제뉴스]EU, 미래최혜국대우 근거로 추가 요구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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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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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EU간 최혜국대우 ‘車배출기준’ ‘서비스’ 한정… 한미 FTA 추가협상 내세워 요구할수 있는건 없어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으로 미국보다 먼저 한국과의 FTA에 서명한 유럽연합(EU)이 미래최혜국대우를 근거로 추가 요구를 할 수도 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미래최혜국대우가 뭐고 실제로 EU가 그런 요구를 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
최혜국대우(MFN·most-favoured-nation treatment)는 다른 협정에서 이 협정보다 유리한 혜택을 부여하는 경우 이 협정의 당사국에 자동적으로 다른 협정에서 인정하는 혜택을 추가로 부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원래는 양국 간 체결된 상호협정을 여러 국가에 확대 적용해 국가 간의 무역기회를 평등하게 보장하려는 노력의 하나로 출발했습니다.

이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을 통해 보다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GATT는 1995년 출범한 세계무역기구(WTO)의 전신(前身)으로 1948년 발족된 국제기구입니다. GATT는 △관세 이외의 무역장벽의 원칙적 금지 △관세는 상호주의의 원칙에 따라 인하 △관세 등에 관해 최혜국대우 부여 등을 기본 원칙으로 합니다. 이와 달리 FTA는 최혜국대우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는 GATT와 WTO가 기본적으로 모든 회원국에 최혜국대우를 보장해주는 다자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무역체제인 반면 FTA는 협상 당사국 간(양자주의) 혹은 특정 지역 내 국가 간(지역주의) 특혜적 무역체제로 그 성격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FTA를 체결한 미국과 EU 사이에 ‘최혜국대우’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 것은 FTA를 체결한 일부 분야에서 ‘이 분야만큼은 최혜국대우를 인정하겠다’는 약속을 미리 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FTA에서 예외적으로 최혜국대우를 인정하는 것은 협상할 때 상대국이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부분이 있으면 이를 그대로 수용하면서 ‘우리한테는 양보하지 않아 놓고 혹시 이 다음에 다른 나라와 FTA를 맺을 때 이 요구를 수용하면 우리한테도 똑같이 인정해 줘야 한다’는 약속을 미리 받아 놓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한-EU FTA에서 인정하고 있는 ‘최혜국대우’는 서비스·투자 분야 전 조항과 자동차 분야에서 국내 조세 및 배출기준으로 한정돼 있습니다.

이때 최혜국대우의 기준이 되는 다른 나라와의 FTA를 무엇으로 하느냐는 다릅니다. 일단 서비스·투자 분야에서는 한-EU FTA가 발효된 다음에 서명되는 FTA가 기준입니다. 미래의 FTA가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미래최혜국대우’라는 말로 부릅니다. 예를 들어 한-EU FTA가 발효되는 내년 7월 이후 우리나라가 중국 혹은 일본과 FTA를 맺으면서 한-EU FTA보다 유리하게 중국이나 일본에 양보한 서비스·투자 분야의 조항이 있다면 이를 EU에도 인정해 줘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추가협상까지 마무리한 한미 FTA는 빠르면 올해 말, 아무리 늦어도 내년 7월 전에는 양국 행정부 간 서명을 거쳐 의회 비준을 진행할 예정이어서 ‘한-EU FTA 발효 이후 서명된 FTA’라는 기준에 맞지 않습니다.

자동차 분야에서의 국내 조세 및 배출기준은 시점에 대한 약속은 없습니다. 우리나라와 FTA를 이미 맺었거나 앞으로 맺을 예정인 제3국과의 FTA에서 한-EU FTA보다 유리하게 인정해 주는 부분이 있다면 이를 모두 반영해 주기로 약속한 것입니다. 하지만 사실상 내국세와 배출 규정에 대한 조항은 현재까지는 한미 FTA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번 한미 FTA 추가협상에서 국내 조세 및 배출기준에 대한 규정은 바뀐 것이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EU가 한미 FTA 추가협상 결과와 관련해 최혜국대우를 공식적으로 주장할 수 있는 분야가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FTA와 별개인 연료소비효율(연비)과 이산화탄소 규제는 EU 쪽에서 공식적으로 협의를 요청해 온 상황이고, 한미 FTA 추가협상 결과 미국에 유리하게 바뀐 안전기준에 대해서도 EU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의회의 반대를 근거로 추가협상을 요청했던 미국과 달리 EU는 추가협상을 요구할 명분이 없는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EU가 미국처럼 공식적으로 추가협상을 요청해 올 가능성은 다소 낮다는 게 일반적인 전망입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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