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시승기/인피니티 ‘FX 50S’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7일 03시 00분


도로를 움켜쥐고 달리듯, 질주본능!

이민정은 좋아하는데 신세경은 그저 그렇고 황정음에게는 관심이 안 간다. 전지현은 좋아했는데 이영애에게는 좀 심드렁했고 고소영에게는 처음부터 관심이 없었다. 취향이라는 게 그렇다. 황정음 고소영이 미녀라는 건 안다. 그런데 취향이 아닌 이유를 설명하기는 곤란하고, ‘내 눈에는 다 똑같아 보인다’라고 하는 사람에게는 딱히 대꾸할 말도 없다.

기자에게는 묘하게 인피니티 차량이 취향이 아닌 쪽이어서, 같은 닛산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라도 인피니티의 ‘FX 시리즈’보다는 닛산 ‘무라노’를 더 지지하는 편이었다. 차가 좋은 건 부정할 수 없겠는데 마음이 잘 안 갔다. 소심한 성격인지라 고소영과 인피니티 차의 자기주장 강해 보이는 이미지가 부담스러워서 그랬던 걸까?

이 차 ‘인피니티 FX50S’는 인피니티 라인업 중에서도 자기주장 강하고 대가 세 보이는 차다. 외관부터가 벌써 ‘한 성깔’ 할 것같이 생겼다. 좌우로 쭉 찢어진 눈매와 근육질의 전면부, 잘록한 허리 곡선은 자신만만한 육식 동물의 모습이다. 차 디자인도 동물이 뛰기 직전 웅크린 자세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일상생활에서 생기는 사소한 스크래치는 자동으로 재생, 복원해주는 ‘스크래치 실드 페인트’ 기술이 적용돼서인지 차량 곡선이 유려해서인지 차는 여러 각도로 빛을 반사하며 반질반질 윤기가 흐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유선형 곡선 때문에 얼핏 봤을 때에는 차가 날렵하다고 느꼈는데 막상 타보니 지붕도 높고 공간도 넓어 놀랐다.

그래도 FX50S의 자기주장이 제대로 시작되는 것은 시동을 켜고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아 순식간에 속도계 바늘을 위로 올렸을 때다. 가속 페달은 살짝 밟아도 반응이 오고, 차는 기름 위를 미끄러지는 것처럼 아무런 저항 없이 시속 100km에 이른다.

제원표에 나온 최고 출력은 390마력. 최대 토크는 4400rpm에서 51.0kg·m이고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로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7초에 불과하다. 바깥 바람소리가 잘 들리지 않고 주행도 안정감이 있어서 속도계를 안 보고 달리다가는 과속하기 십상이다.

코너링의 날카로움도 일품이다. 운전대가 다소 작아 조금만 움직여도 차가 예민하게 방향이 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타는 이에 따라 장점도 단점도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패들 시프트도 다소 손에 잡기 불편하게 돼 있는 점이 아쉬웠다. 전반적으로 스포츠카 느낌을 주려 했다는 인상이다.

한국닛산 홍보 담당자의 표현에 따르면 ‘도로의 바닥을 잡고 달리는 듯한 드라이빙 감성’이라는데, 확실히 운전이 즐거운 것은 사실이지만 너무 서스펜션이 딱딱해 가족용으로 썩 어울리지는 않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차량 성격만 놓고 보면 무난한 패밀리 세단이 있는 40대 운전자를 유혹하는 틈새시장용 SUV 정도 아닐까 싶었다. 혹시 또 아나, 몰다 보면 소심한 성격도 호쾌하게 변할지. 7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하는데도 연료소비효율(연비)이 7.2km에 그친 것은 단점. 국내 공식 판매 가격은 부가가치세 포함 8950만 원이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