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낮은 수준의 인플레 용인 움직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7일 03시 00분


물가상승률 목표치 넘었는데도 금리인상 자제
‘소비형 경제 전환에 필요한 윤활유’ 인식 확산

중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지난달 28개월 사이 최고 수준인 5.1%까지 치솟는 등 5개월 연속 물가억제선 3%를 넘은 가운데 중국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구조적으로 용인하는 조짐을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15일 ‘중국의 초(超)강경론자들이 인플레이션과 타협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이 오랫동안 인플레를 용납하지 않는 입장을 취했으나 이제는 받아들이는 분위기를 보인다고 전했다.

통신은 약간의 인플레이션은 중국에 쓸모가 있다고 봤다. 현재 소비 주도로 경제성장 방식을 전환하는 데 윤활유 역할을 할 것이라는 소리다. 상하이(上海) CLSA(리앙증권·里昻證券)의 앤디 로스먼 거시경제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수년간 중국은 약간 높은 수준의 구조적 인플레이션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건비와 에너지, 땅값 상승이 물가를 부추기는 추세라고 그는 분석했다.

통신은 물가상승은 중국의 아픈 곳을 건드려 왔다고 전했다. 1989년 물가 급등이 반정부 소요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 방아쇠가 됐기 때문. 이런 민감성이 물가억제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낳았고 중국 정부는 개발도상국에 일반적인 4∼5%의 물가상승률보다 낮게 물가를 억제하는 정책을 펴왔다.

하지만 최근 중국이 물가상승에 ‘더 느긋하거나’ 최소한 ‘과거보다 덜 겁먹고 있다’는 증거들이 나온다는 것. 우선 10월 이후 금리인상을 자제하고 있다. 5개월 연속 물가가 목표치를 넘는데도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추가 금리인상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 중국이 내년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올해의 3%에서 4%로 높인 점도 한 가지 근거로 제시된다. 이와 함께 관영 매체가 적극적인 물가억제 정책을 반대하고 있다. 런민(人民)일보 해외판은 15일 “현재 어떠한 포괄적인 긴축정책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광둥(廣東) 성 선전(深(수,천))의 안신(安信)증권 가오산원(高善文)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지도부가 이번 물가상승이 과거와 성격이 다르다고 보고 있다”면서 “특히 임금 상승 등 특별한 문제와 연관됐다고 인식한다”고 전했다. 그는 “과거와 비교할 때 이번 인플레는 처음으로 경기 과열과 (직접) 연계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중국 당국이 물가상승을 용인하기로 결정한 것은 아니다. 가오 수석은 “당국이 흔들리고 있고 마음을 못 잡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은 식료품값 불안이 사회 소요로 이어질 수 있음을 걱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