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김포∼베이징(北京) 항공노선 개설을 추진하면서 기존의 인천∼베이징 노선 일부를 줄여 돌려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인천공항 허브화에 역행한다는 비판과 차선책이라 하더라도 빨리 개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한중 양국 정부는 지난해 1월 항공회담에서 김포∼베이징 셔틀노선 개설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2년 가까이 답보상태에 빠져 있다. 한국 측은 인천 노선은 그대로 두고 김포 노선의 운항 횟수를 별도로 신설하자는 의견이지만 중국 측은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의 슬롯(항공기 이착륙이 가능한 시간대)이 부족하다며 인천 노선의 일부를 줄여 김포 노선으로 옮기자고 제안했다.
중국 측의 완강한 태도에 국토해양부는 중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반대하는 대한항공을 배제하고 아시아나항공만 주 7회로 김포∼베이징 노선을 개설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포∼베이징 노선은 공항 접근성이 좋아 한중일 비즈니스 및 관광 수요를 크게 늘릴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인천 노선을 줄여서 김포 노선을 개설해야 하느냐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대한항공은 인천 노선을 줄일 경우 허브공항으로서 인천공항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베이징 노선 이용승객 115만8794명 가운데 12만6245명(10.8%)이 제3국으로 이동하는 환승객이었다. 따라서 이 노선을 축소할 경우 미주 및 유럽 노선의 인천공항 환승 승객 감소가 우려된다. 반면 중국은 서우두공항을 통해 제3국으로 나가는 다양한 환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일본이 하네다(羽田)공항 국제선 청사를 여는 등 공항 허브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한국은 정반대로 가자는 것”이라며 “중국과의 협상이 어렵다고 해서 얻는 것 없이 김포공항만 중국 측에 내주는 것은 불공평하며 한번 체결된 불균형 관계는 시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아시아나항공은 하루빨리 노선을 개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인천∼베이징 노선을 줄이지 않고 김포 노선을 개설하는 것이 최선책이지만 중국의 반대로 현실화되기 어렵다면 차선책으로라도 김포∼베이징 노선을 열어 관광 수요를 유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향후 베이징 공항이 슬롯을 늘릴 경우 인천∼베이징 노선의 운항 편수를 우선적으로 확보하도록 추진하는 등 세부사항을 논의해 늦어도 내년 봄까지는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인천공항의 허브 기능을 약화시키지 않으면서 승객들의 편의도 도모할 묘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