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3년 만에 2,000을 넘어섰다. 외국인들이 매수하는 대형 우량종목 위주로 상승하고 있어서 개인투자자들이 체감하는 주가 상승 폭은 크지 않지만 표면적으로는 탄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나타나는 주가 상승은 상당 부분 글로벌 경제의 구조적 흐름과 연관돼 있기 때문에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구조적 흐름이란 다음과 같다.
첫째, 선진국과 이머징 국가의 서로 다른 성장성.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가계부채 문제 때문에 저축률이 올라가며 소비가 억제되고 있는 반면 이머징 국가들의 가계 소비는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둘째, 선진국의 리플레이션(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심한 인플레이션까지는 이르지 않은 상태) 정책과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의 한국 유입. 높은 실업률이 유지되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통화팽창 정책이 지속되고 있는데, 이렇게 풀린 자금이 한국으로 유입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성 덕택이다.
셋째, 우리 정부의 친기업 정책. 우리 정부는 기본적으로 저금리, 고환율 정책을 통해 기업들의 가격경쟁력 유지에 노력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낮은 정책금리 아래에서 기업들의 조달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에 근접해 있고, 환율 하락 폭도 제한되고 있다. 정책 의지가 반영된 환율 수준에서 기업들의 이익 규모는 크게 늘어났으며 경상수지 흑자도 큰 폭으로 유지되고 있다.
넷째, 중국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중국은 과거 일본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완만한 위안화 절상과 국내 유동성 흡수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 만약 중국이 위안화 절상 속도를 높이면 통화 강세를 억제하는 국가들의 물가상승 압력은 높아질 것이고, 유동성을 흡수하지 않으면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이 원자재 수입 의존국의 물가상승 압력을 높일 것이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가 이러한 국가에 속한다. 물론 중국의 정책은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자신들의 인플레이션과 자산가격 방어를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억제된다는 점은 우리 정부가 저금리와 원화절상 방어라는 정책을 고수해 국내 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큰 힘이 되고 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이러한 구도가 바뀔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본다. 미국과 유럽, 일본은 디플레이션 방어와 고용 증대를 위해 상당 기간 팽창적 통화정책을 고수할 것이며 중국은 적절한 인플레이션 통제를 지속할 것이다. 우리 정부가 친기업적 정책을 포기할 이유도 없다. 국내적으로 저금리 고환율 정책이 유지될 것이라는 얘기다.
지금과 같은 방식의 친기업적 정책이 장기적으로도 바람직한가는 다른 논의다. 그런가 하면 주가상승 과정에서 주식시장에 많이 참여하지 않은 국내 투자자들의 주식 매수 여력도 풍부해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가가 오르는 것은 자연스럽다. 단기 조정, 업종별 차별화가 나타날 테지만 주식시장의 활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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