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ASE STUDY]아모레퍼시픽 ‘呂’ 성공요인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8일 03시 00분


좋은 품질-세련된 용기 “저 보라색 샴푸가 뭐죠”

김효선 아모레퍼시픽 마케팅 부문 MC팀 과장은 1년 전 수영장에서 자사 제품인 한방 탈모 샴푸 ‘려(呂)’의 인기를 실감했다. 수영을 마치고 샴푸 등을 챙겨 넣은 바구니를 들고 샤워실로 향하는 김 과장에게 수영장 직원이 물었다. “고객님, 궁금한 게 있는데요. 저 보라색 샴푸가 어떤 제품인가요? 손님들이 많이 갖고 오시던데 좋은 샴푸인가요?” 이뿐만이 아니다. 유명 연예인들과 강남구 청담동 헤어숍 원장들 사이에서 려가 입소문이 나면서 협찬 제의가 종종 들어왔다. 김 과장은 “고가 화장품도 아닌 샴푸를 협찬해 달라는 요청은 처음”이라며 “써본 고객 사이에서 ‘효과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매출이 더욱 늘었다”고 말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가 선정한 ‘2010 베스트 마케팅’에서 아모레퍼시픽의 려는 종합 4위를 차지했다. 려 외에 상위 5위 안에 든 브랜드는 CJ미디어의 ‘슈퍼스타K2’(1위), 기아자동차의 ‘K5’(2위), 김영사의 ‘정의란 무엇인가’(3위), 해피콜의 ‘직화 오븐’(5위)이다. 2010년 베스트 마케팅 설문 분석과 5개 브랜드의 성공 요인 심층분석 기사는 DBR 71호에서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려의 성공 요인을 분석한 기사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비어 있는 세그멘테이션 공략


한방 탈모 샴푸시장 점유율은 전체 샴푸시장의 약 30%로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브랜드는 2008년 5월 출시된 아모레퍼시픽의 려다. KANTAR 소비자패널 조사자료에 따르면 려는 올해 9월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7% 성장해 한방 탈모 샴푸시장 점유율 51%로 1위를 차지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려 제품 개발에 앞서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철저한 시장조사를 벌였다. 시장조사 결과 탈모에 대한 고민이 남녀 불문하고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초기 탈모자는 예방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있지만 뚜렷한 탈모 제품을 쓰지 않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아모레퍼시픽은 1999년부터 한방샴푸 개발을 추진해왔으며 2006년 이후 비어 있는 세그멘테이션인 초기 탈모자를 공략하기로 하고 본격적인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아직 탈모를 심각하게 느끼지는 못하지만 나중에 탈모가 우려되는 여성들을 위한 제품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탈모=중년남성’이라는 틀을 깨고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여성 탈모시장에 주목해 성공을 거뒀다.

○한방 과학화 역량 바탕으로 한 탄탄한 제품력

려의 출시 시기는 2008년 5월이지만 아모레퍼시픽이 한방 탈모 샴푸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한 것은 10년 전부터다.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를 비롯해 이미 한방 연구개발(R&D)과 관련한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연구원들은 탈모 방지 효능이 있는 ‘백자인’이라는 성분을 발견했다. 이런 성분을 개발하고 한방성분의 효능과 품질을 높이기 위해 샴푸 제조 과정에 한방 발효기술을 도입하는 등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지속했다. 특히 ‘려 자양윤모’는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탈모 방지 효능을 인정받은 의약외품으로 6개월 만에 100만 개라는 판매기록을 세우며 려의 성장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

려 브랜드 매니저 윤세노 팀장은 “려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원들이 하루에 적게는 서너 번, 많게는 열 번까지 머리를 감았다”며 “동의보감 ‘모발문’에 나오는 탈모 방지법과 처방법 등 모발에 좋은 각종 처방을 연구해 독자적으로 백자인이란 성분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예술가와의 협업으로 고급화

려는 제품력 외에도 특이한 용기 때문에 관심을 받았다. 이는 제품 개발 초기부터 고급화 전략을 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 탈모 예방에 관심이 많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30, 40대 여성들에게 호소하기 위해서는 외형과 포장은 물론이고 광고까지 일관되게 고급스럽게 보여야 한다고 회사 측은 판단했다.

려는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한 패션디자이너 정구호 씨와 협업해 세련된 용기 디자인을 선보였다. 도자기 모양의 용기에 풍성한 머리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흑운 심벌, 왕실의례 때 머리에 꽂았던 금제 뒤꽂이의 모양을 본뜬 펌프, 신성하고 고귀함을 상징하는 보라색 용기를 선보여 고급스럽고 아름다운 한국의 멋을 재현하려고 노력했다.

시제품 테스트에서도 려의 용기는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경쟁 제품과 함께 놓고 실시한 디자인 조사에서 려의 소비자 만족도는 경쟁 제품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채널 다양화에 따른 제품 차별화

기존 샴푸 마케팅과 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채널 다양화에 따른 상품 차별화다. 려는 방문판매, 대형마트, 아리따움 등의 전문점, 홈쇼핑 등 채널별로 판매하는 상품을 달리 했다. 채널별로 타깃 고객이 다른 만큼 각 채널 특성에 맞는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방문판매 고객은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등을 구입했던 고객층으로 채널 중 연령대가 가장 높은 편이다. 따라서 방문판매의 경우 기본적인 탈모 방지 효과 외에 새치 방지 기능을 강화한 제품을 판매한다.

대형마트에는 주력상품인 ‘자양윤모’를 포함해 가장 많은 제품이 진열돼 있다. 대형마트를 찾는 고객층은 매우 세분돼 있기 때문에 이들이 려의 다양한 제품 라인업 중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고르도록 하기 위해서다.

○소비자와의 소통

려는 탄탄한 제품력과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일찌감치 입소문을 많이 탔다. 이러한 입소문의 배경에는 고객과의 접촉을 늘리기 위한 회사 측의 전략도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헤어 키퍼 클리닉’ 체험단 운영이다. 이 체험단은 지난해 6월 발족했고 현재 4기째 운영하고 있다. 한의사와 아모레퍼시픽 연구원, 한방 스페셜리스트로 구성된 탈모전문가들이 고객에게 맞춤 진단과 처방을 해준다.

아모레퍼시픽은 체험단 운영 과정에서 전해지는 고객의 다양한 목소리에 관심을 갖고 이를 제품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초기 려의 두피 및 모발 겸용 팩은 뻣뻣한 감이 있었는데 고객은 샴푸 후에 더욱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현재 출시되는 두피 및 모발 겸용 팩은 고객의 제안을 반영해 예전보다 부드러운 느낌을 가미했다. 소비자와 소통하면서 그들이 원하는 차별화된 요소를 제품 개발에 반영한 것도 려의 성공 요인 가운데 하나다.

려의 사례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 R&D부터 출시까지 무려 10년이 걸렸다는 점이다. 손자병법에는 ‘전쟁을 잘하는 자는 그 기세가 맹렬하고 절도가 빠르다(善戰者 其勢險 其節短)’는 말이 있다. 기세는 활을 팽팽하게 뒤로 당기는 것이고 절도는 화살을 손에서 빠르게 놓는 것과 같다. 출시 당시 한방 샴푸시장에서 선두주자가 따로 있었지만 충분한 시간을 들여 이기는 콘셉트를 만든 후(활을 팽팽히 당긴 후)에 전광석화처럼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면(화살을 손에서 놓다) 후발주자라도 선두주자를 뒤엎는 것은 어렵지 않다. 후발주자가 활을 충분히 당기지 않은 채 화살을 쏘기 때문에 선두주자를 뒤집지 못하는 것이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김근배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 kbkim@ssu.ac.kr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1호(2010년 12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

기업간상거래에서도 고객세분화는 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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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세분화는 소비재 시장에만 적용되는 개념일까? 그렇지 않다. 산업재 기업도 얼마든지 시장 세분화로 성과를 높일 수 있다. 세계 최대 실리콘제품 제조기업인 다우코닝은 기업간상거래(B2B) 고객 세분화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대표 사례다.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을 주력으로 삼던 다우코닝은 저가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들의 등장으로 한때 시장점유율이 잠식될 위기에 처했다. 이때 다우코닝은 시장 세분화 연구로 저가 구매 고객의 특성을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인터넷 기반의 자동화된 구매 시스템 ‘자이아미터(Xiameter)’를 개발했다. 기술 지원이나 고객 서비스 없이 낮은 가격에 온라인에서 제품을 신속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덕택에 다우코닝은 저가 구매 고객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었다. 특히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하던 기존 고객군과 혼선이 빚어지지 않도록 자이아미터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도입해 세분 시장 간 충돌 없이 효과적으로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설 수 있었다. B2B 기업들이 고객별 포지셔닝을 어떻게 분석하고 어떤 세분 시장별 마케팅 활동을 구사해야 할지 DBR 71호에서 분석했다.



지속가능 디자인 핵심비결? 재료부터 바꿔라

▼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


미국의 사무용 가구 업체 허먼밀러는 20여 년 전인 1991년, 재활용할 수 없어 매립해야 하는 쓰레기 발생량을 ‘제로’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당시 미시간 홀랜드에 있는 허먼밀러의 공장에선 하루에 평균 1만 개의 의자가 생산되고 있었다.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만 해도 수천 명에 달했다. 설계, 도면 제작, 판매, 기획 등 일상적인 운영 활동에서 어쩔 수 없이 나오는 쓰레기, 카페테리아에서 나오는 음식물쓰레기 등 이런저런 것을 다 모으면 몇 트럭 분량의 폐기물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하지만 현재 이 회사의 매립용 쓰레기 배출량은 고작 한 달에 30파운드(약 13.6kg)에 불과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비밀은 바로 ‘재료’에 있었다. 허먼밀러는 공장 곳곳에 재활용함을 설치하는 노력만으로는 쓰레기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쓰레기 발생 자체를 줄일 방법을 고심했다. 그리고 아예 제품을 만들 때부터 나중에 쓰레기가 되어 궁극적으로 매립될 수밖에 없는 재료의 사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제품 설계도를 개선했다. 엔지니어링, 설계, 공급망 등 생산 과정 전 단계에 걸친 획기적인 개선이었다. 환경을 위한 지속가능 디자인의 핵심 비결을 이번 호에 소개했다.



당신이 협상 테이블에서 행운을 거머쥐려면…

▼ 하버드 로스쿨의 Negotiation Newsletter


영국의 심리학자 리처드 와이즈먼이 운(luck)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와 관련해 한 가지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우선 피험자를 스스로 운이 좋다고 여기는 사람과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나눴다. 이후 각 그룹에 신문을 던져 주고 그 안에 게재된 사진 개수를 세어달라고 부탁했다. 이 신문 내지 한 면에는 “이 광고를 봤다고 연구진에게 말하면 100달러를 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쓰인 광고도 있었다. 실험 결과 스스로 행운아라고 생각하는 그룹 중 상당수는 이 광고를 봤다고 말했지만 자신이 운이 없다고 생각하는 그룹은 대부분 이 광고를 보지 못했다. 스스로 운이 좋다고 생각한 이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광고를 발견한 비율이 월등히 높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이 스스로를 행운아, 혹은 불운아라고 여기는 데에는 그 사람의 성격과 삶의 경험이 작용한다. 태생적으로 걱정이 많은 사람이 갑자기 긍정적으로 바뀌기는 힘들다. 불운한 경험을 겪었던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그럴 때일수록 상황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와 미래에 대한 자신의 기대치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운이라는 건 성격상 인간의 힘으로 통제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운을 대하는 태도를 달리하면 인간의 힘으로도 운을 관리할 수 있다. 이는 운이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협상 테이블에서도 유효한 논리다. 협상에서 행운을 거머쥐는 비법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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