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칼럼]마케팅 혁신과 ‘메디치 효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8일 03시 00분


혁신을 이야기할 때 ‘메디치 효과(medici effect)’를 언급하는 사람이 많다.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이 과학자 시인 화가 음악가 철학자 등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교류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아 르네상스를 꽃피우는 데 일조한 현상을 의미한다.

최근 경영현장에서도 메디치 효과가 성과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루이뷔통은 디자인전문가가 아니라 팝아티스트 스티븐 스프라우스나 무라카미 다카시 등과 손잡고 그래피티 백, 무라카미 백 등을 출시해 좋은 성과를 냈다. 협업, 개방형 혁신 등이 유행하고 있는 현상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업종의 벽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영역의 장점을 빨리 습득할 수 있는 기업만이 승리하는 시대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1호(2010년 12월 15일자)의 스페셜 리포트 주제인 ‘2010년 베스트 마케팅’ 역시 메디치 효과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연말이 되면 여기저기에서 마케팅대상, 광고대상 등 다양한 마케팅 관련 시상식이 열린다. 하지만 수상자로 선정된 기업의 면면을 보면 일반인에게 잘 알려진 대기업의 대표 브랜드가 대부분이다.

일반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지다 보니 아무래도 대규모 마케팅비를 투입할 수 있는 대기업이나 이미 시장을 장악한 선두 기업이 마케팅상을 휩쓸고 있다. 결국 마케팅 분야별로 차별화된 강점을 파악하는 게 아니라 단순한 인지도 조사로 끝나기 쉽다.

이런 맹점을 극복하기 위해 DBR는 유명하고 잘 알려진 브랜드(상품)가 아닌, 적은 자원으로 효과적인 마케팅을 실행해 큰 성과를 낸 베스트 프랙티스를 발굴해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경영지식으로 축적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그 결과 DBR이 올해 최고의 마케팅을 펼친 브랜드로 뽑은 대상은 엠넷미디어의 ‘슈퍼스타K2’, 김영사의 ‘정의란 무엇인가’, 중소기업인 해피콜의 주방용품 등이었다.

얼핏 보면 음악 프로그램, 인문학 서적, 주방용품이 마케팅 혁신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DBR 제작진이 경영전문가와 함께 해당 브랜드를 심층 분석한 결과 이질적 요소를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마케팅 혁신의 대표적인 사례임을 알 수 있었다.

‘슈퍼스타K2’는 다큐멘터리와 오디션 프로그램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결합했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저자의 하버드대 강의 내용을 DVD로 제작해 책 뒤에 첨부했다. 인문학 서적에서 이런 시도는 매우 이례적이다. 해피콜은 붕어빵틀에서 착안한 압력팬을 개발해 소비자들이 음식물을 뒤집을 필요 없이 쉽게 요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이들 사례는 사용자 주도의 혁신과 리더의 권한 위임, 구전 마케팅, 슬로 마케팅의 중요성도 일깨워줬다.

DBR의 이번 사례 연구는 혁신을 추진할 때 무조건 업계 선두 기업이나 해외 유명 기업의 사례만을 참고하려는 한국 기업들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진정한 혁신은 업계 3등 기업이 업계 1등 기업의 장점을 분석하고 따라할 때가 아니라 자동차업체가 아이스크림 가게의 성공 비결을 참고할 때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앞으로 더 많은 한국 기업이 이종 간의 결합으로 폭발적인 시너지를 창출하는 메디치 효과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를 경영현장에서 실천하기를 기대한다.

하정민 미래전략연구소 경영지식팀 기자 dew@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1호(2010년 12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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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간상거래에서도 고객세분화는 약이다

▼ Hightech Marketing Group 실전 솔루션


시장 세분화는 소비재 시장에만 적용되는 개념일까? 그렇지 않다. 산업재 기업도 얼마든지 시장 세분화로 성과를 높일 수 있다. 세계 최대 실리콘제품 제조기업인 다우코닝은 기업간상거래(B2B) 고객 세분화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대표 사례다.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을 주력으로 삼던 다우코닝은 저가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들의 등장으로 한때 시장점유율이 잠식될 위기에 처했다. 이때 다우코닝은 시장 세분화 연구로 저가 구매 고객의 특성을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인터넷 기반의 자동화된 구매 시스템 ‘자이아미터(Xiameter)’를 개발했다. 기술 지원이나 고객 서비스 없이 낮은 가격에 온라인에서 제품을 신속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덕택에 다우코닝은 저가 구매 고객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었다. 특히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하던 기존 고객군과 혼선이 빚어지지 않도록 자이아미터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도입해 세분 시장 간 충돌 없이 효과적으로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설 수 있었다. B2B 기업들이 고객별 포지셔닝을 어떻게 분석하고 어떤 세분 시장별 마케팅 활동을 구사해야 할지 DBR 71호에서 분석했다.



지속가능 디자인 핵심비결? 재료부터 바꿔라

▼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


미국의 사무용 가구 업체 허먼밀러는 20여 년 전인 1991년, 재활용할 수 없어 매립해야 하는 쓰레기 발생량을 ‘제로’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당시 미시간 홀랜드에 있는 허먼밀러의 공장에선 하루에 평균 1만 개의 의자가 생산되고 있었다.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만 해도 수천 명에 달했다. 설계, 도면 제작, 판매, 기획 등 일상적인 운영 활동에서 어쩔 수 없이 나오는 쓰레기, 카페테리아에서 나오는 음식물쓰레기 등 이런저런 것을 다 모으면 몇 트럭 분량의 폐기물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하지만 현재 이 회사의 매립용 쓰레기 배출량은 고작 한 달에 30파운드(약 13.6kg)에 불과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비밀은 바로 ‘재료’에 있었다. 허먼밀러는 공장 곳곳에 재활용함을 설치하는 노력만으로는 쓰레기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쓰레기 발생 자체를 줄일 방법을 고심했다. 그리고 아예 제품을 만들 때부터 나중에 쓰레기가 되어 궁극적으로 매립될 수밖에 없는 재료의 사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제품 설계도를 개선했다. 엔지니어링, 설계, 공급망 등 생산 과정 전 단계에 걸친 획기적인 개선이었다. 환경을 위한 지속가능 디자인의 핵심 비결을 이번 호에 소개했다.



당신이 협상 테이블에서 행운을 거머쥐려면…

▼ 하버드 로스쿨의 Negotiation Newsletter


영국의 심리학자 리처드 와이즈먼이 운(luck)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와 관련해 한 가지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우선 피험자를 스스로 운이 좋다고 여기는 사람과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나눴다. 이후 각 그룹에 신문을 던져 주고 그 안에 게재된 사진 개수를 세어달라고 부탁했다. 이 신문 내지 한 면에는 “이 광고를 봤다고 연구진에게 말하면 100달러를 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쓰인 광고도 있었다. 실험 결과 스스로 행운아라고 생각하는 그룹 중 상당수는 이 광고를 봤다고 말했지만 자신이 운이 없다고 생각하는 그룹은 대부분 이 광고를 보지 못했다. 스스로 운이 좋다고 생각한 이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광고를 발견한 비율이 월등히 높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이 스스로를 행운아, 혹은 불운아라고 여기는 데에는 그 사람의 성격과 삶의 경험이 작용한다. 태생적으로 걱정이 많은 사람이 갑자기 긍정적으로 바뀌기는 힘들다. 불운한 경험을 겪었던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그럴 때일수록 상황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와 미래에 대한 자신의 기대치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운이라는 건 성격상 인간의 힘으로 통제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운을 대하는 태도를 달리하면 인간의 힘으로도 운을 관리할 수 있다. 이는 운이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협상 테이블에서도 유효한 논리다. 협상에서 행운을 거머쥐는 비법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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