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주주협의회(채권단)가 22일 전이라도 현대그룹에 양해각서(MOU) 해지를 통보하고 예비협상대상자인 현대자동차그룹과 매각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올해 안에 현대차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끌어올려 새로운 MOU를 맺을 가능성이 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17일 주주협의회 상정안에 대해 채권금융기관이 의사를 밝히는 시한은 22일이지만 결의요건이 갖춰지면 그 전이라도 현대그룹에 MOU 해지 통보를 할 계획”이라고 19일 밝혔다. 이어 “사안이 중대한 만큼 지체하지 않고 주주협의회를 열어 현대차그룹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주는 안건을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주려면 의결권 기준으로 채권단의 75%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채권단에서 의결권 비중이 가장 큰 외환은행(24.99%)은 매각 주간사회사로서 매각작업을 서둘러 진행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한 반면 정책금융공사(22.48%)와 우리은행(21.37%)은 여론의 향배를 좀 더 지켜본 뒤 최종 방침을 결정할 예정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각 채권금융기관이 처한 상황에 따라 의견차는 조금씩 있지만 전체적인 기류는 현대건설 매각을 어떻게든 이번에는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되더라도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이 채권단 결의내용이 나오면 곧바로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은 19일 입장을 밝히는 자료를 내고 “현대차그룹이 언론을 이용해 입찰규정상 엄격히 금지된 이의제기를 교묘히 지속하고 사실상 입찰방해 행위를 하고 있는 만큼 현대차그룹의 예비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채권단은 현대차그룹의 이 같은 행위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밝혔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그룹과도 화해를 모색해 법적 다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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