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코스피 레벨업, 한국 경제-외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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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1일 03시 00분


코스피가 2,000대에 안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내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는 걸 보면 코스피가 한 단계 레벨업 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한국 주식시장의 추이는 크게 세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 단계는 100을 기준으로 지수가 처음 발표되기 시작한 1980년 1월 4일부터 1980년대 말까지다. 이때 코스피는 1,000 근처까지 상승 흐름을 지속적으로 이어갔다. 고도성장의 시기다. 두 번째는 1990년대를 거쳐 2005년 중반까지다. 오랫동안 주식시장을 관찰한 투자가라면 너무도 잘 아는 장기 박스권 국면이다. 지수 1,000이 지겹도록 완강한 저항선 역할을 하였다. 주요 대기업 집단이 명멸하고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한국 산업구조가 재편된 질적 변화의 시기이기도 하다. 세 번째는 2005년 중반부터 현재까지다. 제조업 전반에 걸쳐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들이 자리를 잡고 선진국 문턱으로까지 성장한 한국의 위상이 반영되는 시기이다. 지수가 2,000을 넘어서도 상승하고 있다. 세계의 경제 중심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에서 점차 중국을 중심으로 한 인적, 물적 자원부국으로 옮아가는 패러다임 변화의 시기이기도 하다.

미국 경제는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상황으로 되돌아 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만성 적자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중국 경제는 적정한 수준의 긴축정책을 통해 고속 성장의 후유증을 제어하면서 안정적인 장기 성장의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2011년은 이 같은 장기 과제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코스피가 이러한 상황에서 한 단계 레벨업 할 수 있을까. 중국의 긴축 기조 전환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억제해 한국이 저금리 고환율 정책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이다. 이는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수출 부문의 성장세가 지속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한국 경기가 꺾이고 있다고 해도 내년 경제성장률을 4% 이상 수준으로 예상하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한국 기업의 경쟁력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에너지 효율화, 탄소배출 저감기술, 대체연료, 대체에너지 개발, 정보기술(IT)과 콘텐츠의 결합 같은 신성장 부문에서 얼마나 위상을 확보해 나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 개방경제의 안전판으로서 중소기업과 서비스업, 농수축산업 같은 내수 부문의 회복을 함께 도모해야 하고 지정학적 리스크를 슬기롭게 해결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코스피가 레벨업 한다면 한국에 대한 본격적인 재평가가 이뤄지는 단계가 될 것이고 그 성공은 한국의 경제, 외교적 성숙에 달려 있다.

문경석 KB자산운용 파생상품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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