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실적-글로벌 유동성-경제기초체력 ‘3박자’
주가수익비율 13배 vs 9.5배깵 상승여력 충분
《 최근 코스피가 리먼사태 등 금융위기 여파를 극복하고 3년 만에 2,000 시대에 진입했다는 기사가 많이 나옵니다. 2007년의 2,000과 2010년의 2,000은 어떻게 다른가요? 》
종합주가지수가 2,000을 돌파하면서 증시 주변이 떠들썩합니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 등을 비롯한 대내외 악재 속에서도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향후 주가 전망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자연스레 회자되는 것이 2007년의 2,000 시대입니다. 2007년의 버블과 현재의 2,000에는 유사한 점도 있고 뚜렷이 구분되는 차이점도 있습니다. 당시 주가 폭락으로 반 토막 난 주가와 펀드에 속을 썩여야 했던 투자자들에겐 금세 꺼지고 말았던 2007년의 2,000과 지금이 어떻게 다른지가 관심의 대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국이 역사상 처음으로 코스피 2,000 시대를 열었던 것은 언급했듯이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07년 7월 25일 종가 2,004.22로 사상 최초의 2,000 시대가 열렸습니다. 2005년 6월 1,000대에 안착해 2007년 4월경 1,500 선에 진입한 뒤부터 별다른 조정 없이 수직 상승해 이뤄낸 기록이었습니다. 주가가 이렇다 할 조정 없이 비교적 순탄하게 2,000까지 밀고 올라왔다는 점, 국내외 저금리 기조로 인해 풍부해진 유동성 덕을 봤다는 점은 현재 상황과 비슷합니다. 한국 증시에 그야말로 ‘지금껏 가보지 못한 새로운 길’이 열린 셈이었지만 주가 2,000 시대는 불과 얼마 버티지 못했습니다.
그해 11월 7일(2,043.19)을 끝으로 코스피는 지수 급등에 대한 부담감과 외국인들의 매도세로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낙폭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으로 2008년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을 기점으로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가 몰아쳤기 때문입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불확실성이 증대된 데다 신흥시장 경기 둔화세가 지속되면서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이 본격화됐습니다. 주가는 한때 1,000 선 밑까지 떨어지며 말 그대로 반 토막이 났습니다.
하지만 2009년 들어서며 분위기가 반전되기 시작했습니다. 2009년 초 1,100 선에 머물던 코스피는 국내외 금융위기 해소 및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다시 유입되며 같은 해 말 1,700 선에 근접했습니다. 이후 세계 주요국 증시 중에서도 금융위기 직전 고점을 월등한 속도로 회복해 3년 만에 다시 2,000 고지에 서는 데 성공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한국 기업의 뛰어난 실적,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 경제 기초체력의 빠른 개선 덕분이라고 분석합니다.
이 과정에서 3년 전과는 다른 상황들 역시 조성됐습니다. 우선 주가수익비율(PER·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수치)입니다. 2007년은 상장사 순이익이 62조 원대였으며 PER는 13배였던 반면 현재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기업의 PER는 9.5배입니다. 미국 12.6배, 중국 12.5배, 인도 16.7배, 브라질 10.5배에 비해 저평가돼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의 면모도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한국의 대표기업들이 사상 최고치 실적을 연이어 경신하면서 1위 기업으로 올라섰습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시장에서 세계시장 점유율을 40%까지 끌어올렸으며 현대자동차는 경쟁업체들의 순이익 규모가 줄어드는 동안 순이익, 세계시장 점유율을 늘렸습니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 등 선진국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인한 유동성이 지속될 전망인 만큼 실적과 유동성이 결합된 상승장이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여러 면에서 지수가 금방 주저앉고 말았던 3년 전과는 차이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지금까지 장을 떠받쳐온 외국인 유동성에 더해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이탈했던 가계 자금까지 증시로 돌아온다면 시장이 한층 탄력을 받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물론 저금리로 인한 인플레이션 부담과 중국의 긴축정책의 강도, 미국 경기회복 상황 등에 따라 조정받을 가능성이 있어 불안 요인은 남아 있습니다. 북한발 위기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의 불씨도 여전합니다. 하지만 흥분과 불안이 혼재했던 2007년에 비하면 다시 맞이한 현재의 2,000 시대가 훨씬 차분하다는 것만은 분명한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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