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값 많이 싸다는데… ‘무폴주유소’가 어디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4일 03시 00분


가맹주유소와 달리 박리다매 전략… 전국 563곳
유사석유 적발 사례 많아 품질 보증된 곳 찾아야

23일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의 K주유소. 줄지어 선 차량들로 주유소 앞은 물론 주변 차로까지 붐볐다. 이날 이 주유소의 L당 휘발유 값은 1729원.

2km가량 떨어진 여의도의 또 다른 K주유소. 이날 L당 휘발유 값은 400원 이상 비싼 2135원이었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기름값이 하늘로 치솟고 있다. 이날 서울의 평균 휘발유 값은 1862원. 전국 평균은 1790원으로 2008년 8월 이후 최고치다.

도림동 K주유소의 휘발유 값은 왜 그렇게 쌀까?

이 주유소엔 정유사 상표를 뜻하는 폴 사인이 없다. 이른바 무폴 주유소. 이런 주유소는 2008년 주유소 상표 표시제가 없어지면서 급증해 전국에 563곳이 영업 중이다.

무폴 주유소는 기름을 싸게 구할 수 있다. 한 무폴 주유소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많이 팔아주는 주유소일수록 기름을 싸게 준다”며 “우리처럼 ‘박리다매’를 하면 똑같은 기름도 일반 주유소보다 싸게 받는다”고 말했다. 또 특정 정유사 기름만 써야 하는 일반 주유소와 달리 정유사별 단가를 비교한 뒤 싼 곳의 기름을 들여와 보다 싸게 팔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정유사가 가맹 주유소로 공급하는 양이 들쭉날쭉해 남는 기름은 현물시장으로 나온다”며 “그런 기름은 일반 주유소에 들어가는 것보다 싸기 때문에 그걸 가져다 팔면 가격경쟁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 조사 결과 무폴 주유소가 생기면 주변 반경 1km 안에 있는 경쟁 업소들의 휘발유 가격이 L당 22원 정도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유사석유 유통 등 불법 판매로 적발되는 사례는 무폴 주유소가 일반 주유소보다 많다. 기름 유통과정을 정유사가 관리하는 일반 주유소와 달리 무폴 주유소의 품질 관리는 주인의 양심에 맡겨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관리원 관계자는 “대부분 무폴 주유소는 품질 면에서 일반 주유소와 다를 게 없지만 유통과정에서 위험요소는 조금 더 안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감독 당국도 무폴 주유소에 대해선 보다 엄격히 단속한다. 이 때문인지 전체 주유소 가운데 무폴 주유소는 4.3%에 불과하지만, 부정행위로 적발되는 건수는 전체의 30%에 이른다.

그러나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무폴 주유소 중에는 일반 주유소보다 오히려 더 철저하게 관리하는 경우도 많아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운전자들이 안심하고 무폴 주유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신청 업소에 한해 매달 품질 검사를 한 뒤 안전성을 입증해주는 ‘품질 보증제’를 내년부터 시행키로 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무폴 주유소 ::

정유사 상표를 뜻하는 폴 사인(pole sign)이 없는 주유소. 특정 정유사 기름만 써야 하는 일반 주유소와 달리 정유사별 단가를 비교해 싼 곳의 기름을 들여와 팔 수 있다.


미친기름값 때문에 ‘무폴 주유소’ 찾는다는데…
▲2010년 12월23일 동아뉴스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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