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현대상선 지분 매각…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4일 03시 00분


유상증자도 참여 않기로 “투자자금 마련 위한 것”
현대그룹 경영권 관련 부인

범(汎)현대가인 KCC가 24일 주주청약 마감인 현대상선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한 가운데 보유 중이던 현대상선 지분을 처분해 지분을 5% 이하로 낮췄다. 현대건설 채권단이 현대그룹에 경영권을 보장하겠다는 중재안을 제시하면서 현대건설 인수합병(M&A) 논란이 현대그룹의 핵심인 현대상선 경영권 문제로 옮겨간 상황이어서 KCC의 지분 매각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CC는 3일 현대상선 상환우선주 59만 주를 상환한 데 이어 6∼10일에는 보통주 103만5330주를 장내 매매를 통해 처분했다. KCC가 우선주와 보통주 163만여 주 매각을 통해 확보한 현금은 548억 원 정도다.

이에 따라 KCC는 현대상선 지분이 5.07%에서 4.29%(613만1048주)로 떨어지며 5% 이상의 주요 주주에서 제외됐다. KCC가 현대상선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으면 유상증자 이후 KCC의 현대상선 지분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현대상선 지분 8.3%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건설도 최근 이사회를 열어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는 현대건설의 대주주인 채권은행단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증권가에서는 KCC 등 범현대가가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M&A에서 손쉽게 손을 뗄 수 있도록 지분을 낮추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려는 이유 중에는 핵심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보호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KCC는 현대상선 지분 매각이 투자자금 마련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MEC사와 각각 자본금 1억 달러를 투자해 폴리실리콘 생산과 판매를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는데 현대상선 지분 매각은 여기에 들어갈 자금 마련을 위한 작업이라는 것이다.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덧붙였다. KCC 관계자는 “정상영 KCC 명예회장은 2003년 현정은 회장과 분쟁에 휘말린 후 현대그룹과 지분 관계로 얽히는 것을 예민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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