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프랑스가 ‘글로벌 기축통화 다변화’를 핵심 의제로 다루겠다는 뜻을 거듭 밝히면서 한국 정부가 고민에 빠졌다.
23일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프랑스는 최근 G20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관련 업무를 진행하며 “달러를 유일한 기축통화로 쓰다 보니 미국의 통화정책에 따라 환율 급변동, 유동성 과잉공급 등의 문제가 생긴다. 이를 해결하려면 기축통화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프랑스가 달러화 기축통화를 반대한 건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이 문제를 G20의 ‘프렌치 이니셔티브(프랑스가 주도하는 의제)’로 삼으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해결책을 마련하는 게 거의 불가능한 이슈라 G20에서 지속적으로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려는 한국에는 부담스러운 의제”라고 말했다.
한국은 G20 정상회의 체제를 정착시키기 위해 사무국 설치를 비롯한 G20의 제도화와 G20 띄우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경제 문제를 중심으로 국제사회의 주요 이슈를 해결하는 최상위 협의체로 G20을 발전시키고 싶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가 현실적으로 해결이 어려운 이슈를 핵심 의제로 부각하는 건 ‘성과 없는 G20 정상회의’라는 평가를 받기 쉽고 나아가 G20의 영향력 약화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서방국가 중 비(非)영미권 국가로는 처음으로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프랑스는 미국 중심의 세계경제 체제에 대한 문제 제기와 2012년 대선 출마를 앞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이슈 메이킹’ 차원에서 기축통화 다변화를 집중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제5차 G20 정상회의 의장국을 지내며 당시 각국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환율 문제의 합의점을 도출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직접 경험했다. 그만큼 한국으로서는 달러 외에는 사실상 대안이 없는 기축통화 다변화를 내년 의장국인 프랑스가 주장하는 게 부담스러운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기축통화 다변화는 워낙 광범위하고 민감한 주제라 G20에서 논쟁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다른 의제들이 관심을 잃을 수 있다”며 “한국이 G20 테이블에 성공적으로 올려놓은 개발이슈와 글로벌 금융안전망 같은 의제들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한국이 제안한 G20 의제들의 향후 진행상황과 제도화 방안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G20 담당 부서의 기능을 일부 조정하기로 했다. 재정부에 설치되는 이 부서는 G20준비위 조직을 압축한 형태인 1국 4과 체제로 구성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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