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칼럼]토끼-거북이 모두 뛰게 한 ‘슈퍼스타K 2’ 경쟁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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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5일 03시 00분


이솝우화 속 토끼가 ‘슈퍼스타K 2’에 나왔다면 그렇게 거북이에게 허망하게 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최근 케이블채널에 방영돼 화제를 모은 ‘슈퍼스타K 2’에는 ‘낮잠 자는 토끼’를 깨우고, 태생적 ‘루저(loser)’ 거북이를 뛰게 하는 현대 경영의 경쟁시스템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슈퍼스타K 2는 가수 발굴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재능이 있다면 누구나 참가해 실력을 겨뤄볼 수 있는 공개 경쟁방식을 택하고 있다. 얼핏 이솝우화 속 토끼와 거북이의 경쟁 방식과 크게 달라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평가 방식이 다르다. 슈퍼스타K 2의 선발 기준은 가창력만이 아니다. 참가자의 가창력만 평가했다면 이승철, 김태원, 윤종신 등 내로라하는 가수 출신 전문가만으로 심사위원단을 구성했을 것이다.

숨겨진 ‘알파’는 또 다른 심사위원인 시청자와 참가자 자신들이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잣대로 참가자들을 각각 평가한다. 어떤 이는 외모와 패션을 중시하고 다른 이는 참가자들이 뿜어내는 인간적 매력에 높은 점수를 준다. 가창력 중심의 평가 시스템으로만 본다면 시청자들과 참가자들의 평가 기준은 ‘노이즈(noise)’인 셈이다. 가창력 평가가 아닌 인기도(popularity) 평가라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 평가의 노이즈가 프로그램에 뜻밖의 결과를 불러온다. 가창력만 믿고 자만했다가는 중도 탈락할 수 있다. 노래는 그저 그런 ‘거북이들’은 다른 매력을 발산하며 각 단계를 통과하고 가창력이 뛰어난 ‘토끼’를 끊임없이 자극한다. 토끼는 더 앞서가기 위해, 거북이는 어렵게 잡은 기회를 살리기 위해 노래 실력을 가다듬는다. 이 결과 게임은 더 박진감 넘치고, 참가자들의 가창력도 높아진다. 경쟁의 전략적 효과(strategic effect)가 나타난 덕이다.

캐나다 겔프대 경제학과 애츠 어메거시 교수는 저널 오브 컬처럴 이코노믹스에 게재한 논문에서 ‘아메리칸 아이돌’과 같은 공개경쟁 프로그램에서 가창력 이외의 요소에 대한 시청자들의 평가 성향이 역설적으로 집단의 가창력 향상 노력을 증가시킨다는 전략적 효과의 이론적 근거를 제시했다.

슈퍼스타K 2에서도 이 전략적 경쟁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심사위원 윤종신에게 “네티즌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핀잔을 들었던 강승윤은 마지막 4명이 겨루는 단계에서 일취월장한 기량으로 선두주자들을 위협했다.

▶DBR 71호 스페셜리포트 134만명 도전… 열린 시스템이 시청자 울렸다

높은 연봉을 받는 소수의 핵심 인재와 다수의 범재가 존재하는 조직에서 ‘달콤한 낮잠’의 유혹이 강해진다. 느림보 거북이는 잘나가는 토끼에게 한숨 자고 일어나서 상대해도 좋을 정도로 싱거운 상대일 뿐이다. 우화 속 거북이는 꾸준히 노력해 승리를 거머쥐지만 현실 속의 범재들은 아예 게임 자체를 포기하기 쉽다. 인사 담당자들은 이런 조직원들을 자극하기 위해 측정할 수도 없는 지표까지 들이대며 성과평가 시스템을 손질하느라고 머리를 싸맨다.

1등만 기억하는 조직은 영원할 수 없다. ‘잠자는 토끼’와 ‘자포자기한 거북이’만 양산할 수 있다. 토끼와 거북이를 모두 뛰게 하려면 천편일률적인 경쟁 방식부터 정교하게 디자인해야 한다.

박용 미래전략연구소 경영지식팀기자 parky@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2호(2011년 1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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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타車가 저가 자동차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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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는 트럭과 트럭 부품만 판매하는 게 아니라 고객들에게 트럭 운행거리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사업모델을 도입했다. 이는 트럭을 싸게 판매하고 부품 판매로 마진을 보완하는 식의 판박이 경쟁을 탈피하기 위한 아이디어였다. 인도의 타타자동차는 부품 모듈을 지방 소규모 공장에 보내 현지에서 부품을 조립한 뒤 차량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저가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었다. 많은 기업들이 시장 내 입지와 매출 위협을 받을 때 상품에 기능 하나를 더 추가하는 등의 초보적인 방식으로 대응한다. 하지만 변동성의 시대에는 이것만으로 부족하다. 벤츠와 타타자동차가 가치와 운영 모델을 창의적으로 바꿔 비즈니스 모델을 지속적으로 혁신한 이유다. 그렇다면 비즈니스 모델은 언제 혁신해야 할까.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나서다가 그나마 있는 사업마저 망가지는 게 아닐까. 이병남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서울사무소 공동대표가 비즈니스 모델 혁신의 유형, 혁신의 시점, 혁신에 따르는 함정을 심층 분석하고 전략적 시사점을 소개한다.



일단 바꾸고 보자고? 습관적 변화는 毒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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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볼보자동차와 영국의 톰 월킨쇼 레이싱은 1995년 합작회사인 오토노바AB를 설립했다. 장밋빛 기대와는 달리 볼보와 톰 월킨쇼 레이싱은 합작회사 경영과 관련해 자주 갈등을 빚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합작회사의 조직 구조도 여러 번 바꿨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진 못했다. 모(母)기업 간 갈등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800∼900대의 자동차가 배송되지 못하는 일도 벌어졌다. 합작회사의 실적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공장도 폐쇄 위기에 놓였다. 결국 1040명의 직원이 해고됐다. 환경 적응을 위한 구조 변화는 기업에 유익하다는 게 통념이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국제 합작회사는 잦은 변화가 기존 관행을 파괴하고 관계를 악화시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 정창화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가 폴 비미시 캐나다 IVEY 비즈니스 스쿨 교수와 함께 17년간 5053개 국제 합작회사를 대상으로 이 문제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이번 호에 실었다.




집토끼-산토끼 모두 잃는 어설픈 창조경영

▼ Mind ManagementNewsletter


김 사장은 2세 경영인이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다가 아픈 아버지를 대신해 회사를 맡았다. 김 사장은 ‘카피’를 주력으로 대기업에 납품하는 기업이 아닌 창조적인 기업으로 회사를 재편하고 싶었다. 창조적인 직장을 만들려면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데 아버지 때부터 오랫동안 회사에서 근무했던 임원들이 그런 분위기를 막는 것 같았다. 그는 조직 문화를 바꾸기 위해 명문대 출신 대기업 연구소 직원들을 영입했다. 그러자 기존의 연구소 직원들은 그들과 자신을 동급으로 대우해달라고 요구했다. 아버지 밑에서 오래전부터 일했던 임원 두 명도 회사를 나갔다. 있을 때는 느끼지 못했지만 막상 그들이 나가자 일이 돌아가지 않았다. 비싼 몸값에 영입한 직원들은 “단순한 일을 하려고 온 게 아니다”라며 기존 직원들이 하던 일을 맡지 않겠다고 버텼다. 여러 문제가 불거지면서 사업성이 급격히 나빠진 회사는 결국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창조 경영에 대한 열정으로 충만했던 김 사장이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천편일률적인 창조혁신 전략의 위험성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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