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대한통운 인수 움직임 속도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7일 03시 00분


“결정된 것 없다” 공시… 업계선 ‘인수전 가시화’ 해석
1990년대부터 유력후보 거론… 사외이사들은 부정적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등 계열사들이 보유 중인 대한통운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대한통운의 단골 인수 후보인 포스코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포스코는 21일 공시를 통해 “대한통운의 매각방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까지 인수 참여에 대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며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언제든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대한통운 인수 후보로는 롯데그룹, GS그룹, 한진그룹, CJ그룹 등 ‘실탄’이 풍부하거나 물류 관련 계열사가 있는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거론되고 있는데 유독 포스코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시너지 효과가 크고, 과거 대한통운 매각 때마다 인수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대한통운 및 한진, 삼일, 동일, 천일 등 5개 운송사와 계약을 맺어 철강제품을 수송하고 있는 포스코는 대한통운을 인수하게 되면 물류비 절감 등에서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통운이 시장에 매물로 나올 때마다 항상 포스코가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혀 왔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1990년대 대한통운의 매각이 무산됐을 때와 2007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한통운을 인수했을 때도 포스코는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됐지만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이번에도 대한통운 인수에 관심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최종태 사장 등 포스코 관계자들은 대한통운 인수와 관련해 결정된 게 없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신일본제철 등 외국의 주요 제철회사들이 물류회사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는 점 등을 거론하면서 물류 회사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인수전에 뛰어들기 위해 사전 정지 작업을 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자금도 충분하다. 금호그룹 보유 지분(25.6%)과 함께 대우건설이 보유 중인 대한통운 지분(24.0%)도 함께 매각될 것으로 보이는데 시가 기준으로 약 1조 원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더라도 2조 원 안팎에서 매각 가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9월 말 현재 포스코는 단기금융상품 2조7605억 원에 현금 및 현금성자산 2260억 원 등 인수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탄’을 3조 원 정도 확보하고 있다.

능력도 있고 호감도 갖고 있는 포스코가 대한통운 인수전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철강 전문 기업이 다시 ‘외도’를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극복해야 한다. 포스코는 2008년 계열사인 포스코건설을 통해 대우엔지니어링을 인수한 데 이어 올해 플랜트 회사인 성진지오텍과 대우인터내셔널을 잇달아 인수해 비(非)철강 사업 분야의 비중을 늘렸다.

당장 포스코 사외이사들도 인수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외이사는 “최근 열린 이사회에서 철강 전문 기업이 왜 자꾸 다른 쪽을 넘보느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포스코가 핵심 사업에 집중해야지 문어발식으로 다른 분야에 너무 많이 진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의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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