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불암 씨가 10만 대군을 거느린 장군이 되었다. 오랜 전투로 기진맥진해 있는 군사들을 독려하여 치열한 전투 끝에 마침내 높은 고지를 점령했다. 그런데 그는 고지 주위를 한참 살피더니 “여기가 아닌가 봐”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크게 실망한 5만 명이 도망가 버렸다. 최불암 장군은 나머지 5만 명을 데리고 다시 강행군을 하여 치열한 싸움 끝에 다른 고지를 점령했다. 그런데 주위를 한참 살펴보던 그는 “아까 거기가 맞나 본데”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나머지 군사들도 대부분 도망가 버리고 병졸 몇 사람만 남았다. 우왕좌왕하는 최불암 장군을 두고 한 병졸이 옆의 동료에게 속삭였다. “저분은 장군이 아닌 거 같아.”
이번에는 최불암 씨가 증권전문가가 되어 정기적으로 투자설명회를 했고 많은 투자자들이 장세 전망을 귀담아듣곤 했다. 그는 1차 설명회 때 블루칩이 주도주가 될 것이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그에 따라 투자자들은 코스닥 주식을 팔아 치우고 블루칩을 샀다. 하지만 2차 설명회를 하는 시점에는 블루칩이 하락하고 코스닥 주식이 상승하고 있었다. 그는 “블루칩이 아닌가 봐”라고 2차 설명회의 결론을 내렸다. 투자자들은 실망하며 블루칩을 팔고 코스닥 주식으로 갈아탔다. 얼마 후 다시 3차 설명회를 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코스닥 주식이 침몰하고 블루칩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었다. 최불암 씨는 “지난번 블루칩이 맞는가 봅니다”라며 3차 설명회를 마쳤다. 투자자들은 크게 절망한 나머지 등을 돌리며 중얼거렸다. “저 사람이 정말 증권전문가 맞아?”
월가의 투자격언 중에 “안심하고 주식을 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증권회사의 리포트를 종합한 ‘월가의 리포트집’ 최신호 색인을 조사해 거기에 이름이 나와 있지 않은 종목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증권전문가들의 연구자료를 완전히 무시하라는 말처럼 들린다. 증권사 추천종목을 사 보았자 별로 수익을 얻을 수 없으므로 그런 종목을 무시하고 다른 것을 사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증권전문가와 침팬지 간의 수익률게임 뉴스가 종종 나오는데 번번이 침팬지가 승리한 것으로 보도된다. 증권전문가 그룹이 재무제표 등을 면밀히 분석해서 종목을 고르는 반면 침팬지 그룹은 상장된 회사 명단을 놓고 표적 맞히기를 통해 종목을 선택하는데 수익률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앞으로 증권사들은 직원을 채용할 때 똑똑한 침팬지도 몇 마리 뽑는 게 나을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로 주식투자 붐으로 인한 금융장세에서는 기업 내용보다 주가가 앞서서 움직이며 주가 거품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증권사의 추천종목이 쫓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각 업종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들은 기업의 내재가치를 중심으로 목표주가를 산정하는데 시장상황에 따라 기준점을 조정하기는 하지만 거품 주가에 선뜻 동의하기가 힘들다. 반대로 주가가 하락하는 침체국면에서는 투자자들의 공포심리가 작용하며 주가가 기업가치보다 크게 떨어지므로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주가를 크게 밑돌기도 하는 것이다.
또 일반적인 기업분석 자료에서는 기술적인 매매 타이밍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적절한 매매 시점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특히 단기투자자에게는 별로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같은 기업을 두고도 분석의 가중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애널리스트마다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가 크게 차이 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현재 주식시장을 주도하는 외국인투자가나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경험 많은 애널리스트의 분석자료를 매매의 중요한 바로미터로 삼는다. 주식투자를 단순하게 표현하면 기업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 내재가치의 성장성을 잘 맞히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약간의 시차와 변수는 있겠지만 기업 내용이 좋아지면 궁극적으로 주가는 올라가게 된다. 그래서 애널리스트들은 해당 산업에 대한 많은 분석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수시로 기업 탐방을 하면서 향후 실적을 추정하고 목표주가를 산정하는 것이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관심을 갖고 있는 기업에 대해 몇몇 증권사의 리포트를 비교해 보다 설득력 있는 자료에 무게를 두고 투자하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하는 경우에는 증권사의 분석 리포트를 부지런히 수집해서 읽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영혼이 담긴 가치투자자’로 불리는 존 템플턴은 전 세계의 1만5000개 기업을 조사해 저평가 종목을 발굴했고 평균 보유기간은 5년이었다. 그리고 그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행운이란 우리가 열심히 일하고 성공을 준비하고 있을 때만 찾아온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또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채 행운이 오기를 기다린다면 그것은 공염불에 불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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