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현대백화점 사내 게시판에서는 이 회사 인사팀이 올린 ‘연말 술자리에서 모두 신데렐라가 됩시다’라는 제목의 글이 화제가 됐습니다. 술로 시작해 술로 끝나는 송년회 문화를 바꿔 보자는 취지로 회식 뒤 가급적 자정 전에는 귀가하자는 당부를 ‘자정 전에 집에 돌아가야 하는 신데렐라 이야기’에 비유한 글입니다.
당부 따로, 현실 따로가 되지 않게끔 다양한 아이디어도 동원됐습니다. 스마트폰을 쓰는 직원이 늘어난 것에 착안해 스마트폰의 위치알림이나 위치공유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부서원끼리 ‘귀가 보고’를 하거나 귀가 후 자정 전 방송되는 TV 프로그램 화면 앞에서 ‘인증샷’을 찍어 송년회 멤버와 공유하는 등 ‘신데렐라형 귀가인증’을 권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직원들도 사내 게시판에 ‘신(신)나게 마셔도 대(데)리운전은 필수! 낼(렐)름 일어나 집에 가서 라(라)면 먹자’ 같은 신데렐라를 키워드로 한 건배사를 개발해 공유하는 등 호응이 좋은 편입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음주 없는 식도락 송년회를 권하려고 식품팀 바이어들이 맛집을 발굴해 소개하도록 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송년회를 아예 생략하고 그 비용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회사도 있습니다. 게임업체 한게임은 소외된 이웃이나 아동의 사연을 접수해 깜짝 선물을 전하는 ‘몰래 산타’ 행사로, CJ인터넷은 ‘사랑의 김장 담그기’ 활동으로 송년회를 대신한다고 합니다.
식품업체 풀무원은 28일부터 30일까지 계열사 임직원들이 참석해 아프리카 말리에 사는 어린이를 위한 학교 건립기금 모금행사를 송년회 대신 개최합니다. 2002년부터 자선바자회나 기부 등으로 송년회를 대신해 온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엔 임직원들이 점심을 한 끼 굶고 식사비용을 모금했는데, 올해는 장기적인 학교 건설 기금 마련으로 성격을 바꿨다”고 말했습니다.
세밑 우리 경제계에는 경기회복 영향과 높은 주가지수 덕분에 들뜬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 아랑곳 않고 나누는 술은 줄이고 사랑은 키워 차분하고 훈훈한 세밑을 보내는 기업을 보면서 이들의 송년 문화가 다른 기업에도 행복한 열병처럼 퍼져 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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