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9일 내놓을 자동차보험 개선안이 막바지 조율에 들어갔지만 이해당사자 간의 첨예한 갈등으로 ‘반쪽 대책’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잇따라 오르는 보험료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과잉진료 문제가 보험업계와 의료계의 대립으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2001∼2007년 국내 교통사고 환자 입원율은 평균 70.4%로 같은 기간 일본(8.5%)의 8배가 넘는 수준이다. 특히 ‘경추염좌(목 결림)’는 자동차보험 입원율이 79.2%로 일반 건강보험 입원율(2.4%)의 33배에 이른다. 보험업계는 교통사고 환자 대부분이 통원치료가 가능한 경상 환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입원율이 비정상적으로 높다고 보고 있다.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은 불필요하게 입원을 하거나 치료를 받는 소위 ‘나이롱환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동차보험 진료수가(자보수가)와 일반 건강보험 가입자에게 적용되는 건강보험 진료수가(건보수가)를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보수가가 건보수가보다 최대 15%가량 높아 병의원들이 꼭 필요하지 않은 자동차 사고 환자의 입원을 유도하는 게 보험금 낭비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의료업계와 보건복지부의 반대로 금융당국은 일단 이번 자동차보험 개선안에서는 진료수가 일원화 방안을 다루지 않고 나중에 다시 협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일본의 ‘진료비 제한제’와 같이 교통사고 환자의 치료비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보상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진료비 제한제’는 교통사고 증상과 부상 부위에 따라 치료비를 제한하는 제도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입원해도 정해진 진료비 이상 치료비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교통사고 환자의 입원율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장기 입원환자에 대한 입원료 체감률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에서는 교통사고 환자의 입원일수가 50일이 넘어야 보험금이 10% 깎이지만 일본에서는 30일만 넘겨도 30%가 깎여 장기 입원환자가 나오기 어렵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증상에 상관없이 오래 입원할수록 보상을 많이 받는 체계가 바뀌어야 한다”며 “진료수가를 일원화하기 어렵다면 일본처럼 증상과 부상 부위에 따라 치료비를 제한하는 방식을 도입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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