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히 성장했지만… 아세안의 과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4일 03시 00분


저임금 바탕 생산기지 매력 사라져 가… 나라별 문화-소비성향 차이도 걸림돌

아세안의 성장과제는 지금까지 의존해 왔던 외국인 투자로부터 얼마나 빨리 자유로워지느냐에 달려 있다. 아세안은 급속히 성장했지만 외국인 투자를 통한 산업화를 추구하면서 해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졌고, 이를 자국의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끌어내는 데는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번순 삼성경제연구소 전문위원은 “다국적 기업은 경제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생산기지를 이동할 수 있다”며 “아세안 국가는 자생력을 기르기 위해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비용이 다국적 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다국적 기업의 제조기지로서의 매력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외국인 소유 공장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올해 월 100만 동(약 6만1000원)으로 올렸고, 라오스에서는 지난해 최저임금을 월 29만 키프(약 4만1000원)에서 34만8000키프(약 4만9000원)로 인상했다.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파업도 꼬리를 물고 있다.

복덕규 KOTRA 아세안 지역전문가는 “아세안 각국은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기 전에 자국의 자본을 축적해서 중화학 공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기반을 탄탄히 만들어야 한다”며 “앞으로 10년이 아세안의 지속성장 여부를 가름할 과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2015년 아세안경제공동체(AEC) 출범이 아세안의 성장을 이끄는 방편이기는 하나 선발국과 후발국 간 발전 격차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후발국은 경제 개방에 소극적이고, 선발국은 오히려 한국 일본 등 타국과 더 가까운 실정이라 후발국과의 교류에 얼마나 적극적이 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단일 시장으로서의 매력 역시 하루아침에 얻어지지는 않는다. 이충노 삼성전자 태국판매법인장은 “AEC가 출범한다 하더라도 각국의 문화가 너무 판이해 단일시장으로서의 혜택은 당분간 보기 힘들 수도 있다”며 “아세안이 동북아 국가를 위협할 정도의 경제구역으로 성장하느냐는 앞으로 10년 동안 그들이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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