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첫 여성 대통령인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브라질 고속철도 사업자의 유력 후보로 한국을 거론하면서 한국이 브라질 고속철도 사업권을 따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호세프 대통령은 1일(현지 시간) 수도 브라질리아의 대통령궁에서 김황식 국무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4월로 예정된 브라질 고속철도사업 입찰과 관련해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와 한국의 민간기업, 신기술에 감명 받았다”며 “한국 기업이 ‘원 오브 베스트(One of Best)’ 입찰 참가자”라고 밝혔다.
브라질 고속철도 프로젝트는 총사업비 331억 헤알(약 22조4600억 원)을 들여 리우데자네이루∼상파울루∼캄피나스를 잇는 511km 구간에 고속철도를 건설하는 대형 사업이다. 현재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프랑스 독일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당초 지난해 11월에 입찰이 계획돼 있었지만 올해 4월로 입찰이 미뤄져 7월경 우선협상대상자가 확정될 예정이다.
한국이 사업을 수주하면 철도 개통 107년 만에 첫 해외수출, 2004년 KTX 개통 뒤 7년 만에 자체 기술 수출이라는 겹경사를 맞게 된다. 또 경제적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브라질 시장 진출에 확실한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다. 브라질 전역을 잇는 차기 고속철도 사업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전, 원자력, 과학기술 등의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수주 경쟁에서는 한국이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민관 합동으로 2006년 이후 꾸준히 수주 준비 작업을 해와 현대중공업, 삼성SDS, LG CNS, LS산전, 롯데건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현대로템 등 장비, 기술, 건설업체 15곳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수주전에 뛰어든 국가 중 처음으로 브라질 건설사인 EGESA 등 현지 업체와도 그랜드 컨소시엄을 체결했다. 브라질 정부가 시공을 현지 업체 위주로 맡기기로 해 브라질 업체와의 컨소시엄 구성은 필수적이다.
일본 프랑스 중국 등 경쟁국들은 준비 기간 부족 등으로 아직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태다. 미쓰이물산,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들은 건설 후 40년간 고속철 운영 책임을 지는 조건으로는 이익을 내기가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TGV의 알스톰 등으로 구성된 프랑스 컨소시엄도 사업 추진이 지연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수주를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지난해 12월 알스톰이 중국 철도부와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의 고속철도 수주에 공조하는 내용의 제휴를 맺는 등 뒤늦게 시동을 걸고 있다.
전문가들은 막판까지 한국의 강점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중국과 일본의 공세에 맞설 대비책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주브라질 대사를 지낸 김광동 두산중공업 상임고문은 “브라질이 가장 필요로 하는 기술 이전과 시공 기간 면에서 우리의 강점을 내세우고 중국 일본과 달리 상호보완적인 관계라는 점도 강조해야 한다”며 “중국이 파격적인 자금 지원 등을 내세울 수도 있어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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