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솟음치는 아시아]<4>MBA 스쿨 판도에도 중국발 지각변동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5일 03시 00분


“중국을 제대로 알자” 글로벌 인재들 차이나 러시

열기 뜨거운 CEIBS 강의실  세계적 MBA로 급부상한 중국유럽국제공상학원(CEIBS)의 강의실에서 교수와 학생들이 활발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교수진의 
60%가 외국인이고, 학생도 40%가 중국 이외의 국적일 정도로 국제적인 다양성을 갖춘 MBA 스쿨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진 
제공 CEIBS
열기 뜨거운 CEIBS 강의실 세계적 MBA로 급부상한 중국유럽국제공상학원(CEIBS)의 강의실에서 교수와 학생들이 활발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교수진의 60%가 외국인이고, 학생도 40%가 중국 이외의 국적일 정도로 국제적인 다양성을 갖춘 MBA 스쿨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진 제공 CEIBS
중국 상하이(上海) 푸둥(浦東) 지역 외곽에 위치한 중국유럽국제공상학원(CEIBS) 주변은 적막했다. 방학에 들어간 지난해 12월 14일 학교를 찾은 탓이었다. 학교의 명성을 확인하기에 연말은 적당한 시기가 아닌 듯했다. 그런 생각도 잠깐. 캠퍼스에 들어서자 강의동 여기저기서 불빛이 새어 나왔다. 곳곳에 마련된 세미나실에서 예닐곱 명씩 모여 열띤 토론을 벌이는 모습이 목격됐다. 다양한 피부색의 학생들 중에 한국인 학생도 눈에 띄었다.

지난해 입학했다는 최영민 씨(31)에게 얘기를 들어봤다. “학교 과제 대부분이 팀별 프로젝트로 진행돼요. 우리 팀만 해도 중국, 한국, 일본, 필리핀, 스페인 학생들로 구성됐어요. 반드시 팀 내에 중국 학생을 포함시켜야 하는데 중국 문화와 부딪쳐 보라는 이곳의 규칙인 셈이죠. 사실 토론을 하다 보면 중국인을 설득하는 게 가장 어려워요. 주장을 굽히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하거든요.”

스페인에서 유학 온 다비드 그라셀 씨(28)도 “이곳 학구열이 엄청나 학점 경쟁이 치열하다”며 “학기 중간의 방학 때도 프로젝트를 위해 중국 내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조사해야 하기 때문에 방학은 사실상 현장조사 기간인 셈”이라고 전했다.

전문 경영인의 꿈을 품고 전 세계에서 모여든 인재들이 방학도 없이 열정을 쏟아내는 중국 경영전문대학원(MBA)의 현장은 뜨거웠다.

○ 경제 성장이 이끄는 MBA 열풍

“중국은 ‘스타’니까요.” CEIBS의 리디아 프라이스 부학장은 세계가 중국 MBA 스쿨을 주목하는 이유를 간단하게 설명했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 금융업이 연계돼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을 알아야 한다는 글로벌 기업들의 목소리가 높다”다는 것.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 경제의 위용인 셈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발표한 ‘2010 글로벌 MBA 랭킹 100위’에서도 중국 MBA는 세 곳이나 이름을 올렸다. 홍콩 과학기술대(HKUST) 비즈니스스쿨(9위), CEIBS(22위), 홍콩 중문대 MBA(28위) 등. 아시아의 중심에 자본은 물론 인재가 몰리고 있는 것.

○ 중국 전문가에 목마른 기업들

미국 MBA인 HULT 국제 비즈니스스쿨도 올해부터 상하이에서 캠퍼스를 운영하기로 했다. 중국과의 합작이 아닌 해외 MBA 단독으로 캠퍼스를 여는 것은 이 학교가 처음이다. 제임스 첸 부학장은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런던, 두바이에 캠퍼스를 두고 학생들에게 캠퍼스를 옮겨 다니며 국제 감각을 기르도록 한다. 그런데 최근 아시아 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중국 상하이에도 캠퍼스를 열게 됐다”며 “기업들은 중국을 아는 인재에 목말라 있다”고 단언했다.

일례로 지난해 CEIBS를 졸업한 중국인이 100만 위안(약 1억7000만 원)의 연봉을 받고 호주투자은행에 채용됐다. 중국 명문대 출신들이 연 5만∼6만 위안의 연봉을 받는 것과 비교하면 ‘파격’ 그 자체였다.

중국 MBA 출신을 찾는 곳은 해외 기업뿐만이 아니다. 13억 중국인이 1년에 1인당 2.5병씩 자사의 음료를 마신다는 중국 최대 음료기업 ‘WAHAHA’도 해외 진출을 추진할 적임자를 중국 MBA 스쿨에서 물색 중이다.

한국 기업들도 ‘중국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앞다퉈 직원들을 중국 MBA로 보내고 있다. 상하이 캠퍼스에서 만난 조시환 씨(35)도 자신이 다니는 회사(우리은행)의 지원을 받고 이 학교에 입학했다. 그는 “그동안 우리은행에서 보냈던 MBA 연수는 주로 미국 쪽에 집중돼 있었지만 중국이 금융시장 개혁 속도를 높이면서 회사에서 지난해 처음으로 CEIBS MBA 연수자를 뽑아 보냈다”고 설명했다.

홍콩과기대 도서관  아시아의 명문 MBA 스쿨 중 한 곳으로 꼽히는 홍콩 과학기술대 도서관은 방학 중에도 학생들로 가득 차 있다. 홍콩 MBA 스쿨은 서구화된 시스템과 중국 본토와의 근접성 때문에 해외 학생들이 특히 선호한다. 홍콩=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홍콩과기대 도서관 아시아의 명문 MBA 스쿨 중 한 곳으로 꼽히는 홍콩 과학기술대 도서관은 방학 중에도 학생들로 가득 차 있다. 홍콩 MBA 스쿨은 서구화된 시스템과 중국 본토와의 근접성 때문에 해외 학생들이 특히 선호한다. 홍콩=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 서구화된 홍콩 MBA 선호도 높아

홍콩 MBA 스쿨의 인기도 날로 높아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16일 방문한 홍콩 중문대 MBA 스쿨에서는 아시아 학생보다 서구 학생이 더 많이 눈에 띌 정도였다. “1990년대 후반만 해도 MBA의 외국인 비율은 20%에 불과했지만 5년 전부터 외국인이 절반을 넘어 현재는 80%에 이른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로런스 챈 중문대 MBA 총무부장은 “홍콩 MBA가 선호되는 것은 중국 문화권에 속하면서도 중국답지 않은 홍콩의 독특한 환경 때문”이라며 “학생들은 서구화된 홍콩 시스템에서 중국 경제와 문화를 배우는 동시에 중국과 네트워크를 쌓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래서 중문대 MBA는 본토와의 지리적 근접성을 활용해 중국 경제특구 선전(深(수,천))에도 제2캠퍼스를 두고 학생들과 중국 기업과의 교류를 늘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HKUST 비즈니스스쿨도 지난해 입학한 학생 중 홍콩 출신은 9%에 불과하고, 중국 본토(23%), 아시아(21%), 북아메리카(21%), 유럽(20%) 출신 학생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이곳에서 만난 한국인 학생인 조민경 씨(37·여)는 “중국을 배우는 동시에 글로벌 기업으로의 취업 기회도 폭넓게 잡을 수 있어 홍콩을 택했다”고 말했다. 전 세계 6000개 글로벌 기업이 홍콩에 아시아 본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과 물류 중심지 홍콩이 MBA 스쿨로도 명성을 높이고 있다.

상하이·홍콩=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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