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는 단순한 소비현상이 아니다. 새로움에 대한 열정, 사회적 동의가 빚어내는 유기체다.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던 1980년대에 출생한 외동아이들이 새로운 10년에선 사회의 중추 세력이다. 올해 휴일은 116일(주 5일 근무제 기준)로 2007년 이후 가장 많다. 자신을 우선시하는 남자인 ‘미 퍼스트 옴(Me first homme)’이 어떤 트렌드를 이끌지에 관심이 쏠린다.
동아일보가 4일 산업계 전반에 걸쳐 새해의 히트 예감상품을 취재한 결과 2011년 라이프 트렌드는 크게 △꾸미는 남자 △가족, 자연과 즐기는 삶 △스마트 라이프 △확 바뀐 베스트셀링 카 등 네 가지로 요약됐다.
○ 꽃중년,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남자가 꾸민다
국내 유통업계는 새해 히트 예감상품으로 남성용 화장품을 꼽았다. 스킨과 로션만 바르던 남성들이 피부를 생각해 아이크림, 에센스, 수분크림 등 고기능성 화장품을 찾기 시작했다. 박상병 롯데백화점 신MD팀장은 “중년 남성이 젊은 마인드와 편안한 참살이를 추구하면서 지난해 롯데백화점 남성용 화장품 매출이 전년 대비 32% 늘었다”고 설명했다.
또 소비에 적극적인 386 이후 세대(1970년대에 태어나 1990년대 학번인 30대 후반∼40대 초반)는 젊게 보이려는 욕구가 강해 이들 대상의 캐주얼 의류 시장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의 ‘디팻 옴므’, 건국유업의 ‘식스팩 다이어트 포맨’ 등 남성 전용 다이어트 식품도 새해 많이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 ○ 가족, 자연과 프리미엄 삶
현대백화점은 휴일이 많은 올해 국내외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많아질 것으로 보고 여행가방의 인기를 점쳤다. 휴가지에서 간편하게 피부를 가꿀 수 있는 마스크팩과 슬리밍젤, 캠핑용품과 워킹화도 히트할 것이란 설명이다.
싱글족의 프리미엄 라이프와 ‘귀한 우리 아이’ 트렌드도 공존한다. 김경원 CJ경영연구소장은 “싱글 가구와 ‘한국형 소황제(1980년대 외동들)’가 늘면서 비싸도 만족감을 주는 ‘슈퍼 프리미엄 푸드’와 ‘키즈 푸드’ 시장이 개념을 넓히며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슈퍼 프리미엄 푸드는 식품의 원산지와 품종까지 특정화한 고급화 전략 식품으로 풀무원의 ‘아임 리얼 골드키위’는 뉴질랜드산 골드키위 품종만 사용해 만든다. ○ 스마트 라이프
지난해 세계적으로 2100만 대가 팔린 태블릿PC는 올해 6470만 대가 팔리며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채기 가트너코리아 이사는 “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태블릿PC는 일반 PC와 같이 표준화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올해는 다양한 크기와 기능의 태블릿PC가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 아이패드는 9.7인치, 삼성전자의 갤럭시탭은 7인치다. LG전자는 8.9인치의 새 태블릿PC를 세계 최대의 전자기기 전시회인 ‘CES 2011’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인터넷도 되고 게임도 즐기며 원하는 콘텐츠를 원하는 시간에 소비할 수 있는 스마트TV가 PC를 대신해 다시 집 안의 중심이 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바코드 형태로 전송되는 모바일 상품권도 새해 우리 일상의 한 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 확 바뀐 베스트셀링 카
자동차업계에서는 현대자동차 신형 ‘그랜저’, 기아자동차 신형 ‘모닝’, 도요타 ‘코롤라’가 왕좌를 놓고 겨룬다. 신형 그랜저는 이미 그랜저라는 이름 자체가 프리미엄을 갖고 있는 데다 예전보다 더욱 스포티한 외관에 안전성을 더해 지난달 시작된 사전계약 건수가 2만 건에 이른다. 4일 외관이 공개된 기아자동차 신형 ‘모닝’은 국내 경차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모닝(2004년 출시)의 성능과 디자인을 대폭 개선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 2000년대 초반을 피크로 인기가 시들해진 경차의 부활을 이끈 차인 만큼 주목을 받고 있다.
해외에서 실패한 적이 없어 ‘불패의 신화’로 불리는 도요타 코롤라는 올해 수입차업계를 긴장시키는 주인공이다. 1966년 처음 선보인 이후 10세대 모델로 진화하면서 지금까지 3000만 대 이상 팔린 준준형 세단 차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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