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이 3일 신년사에서 “올해 633만 대를 팔겠다”고 밝히면서 현대차의 올해 목표는 ‘세계 4대 자동차회사’라는 사실이 공개됐다. 그러나 다른 글로벌 자동차회사들도 현대차그룹 못지않은 야심 찬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도요타는 올해 판매 계획을 전 세계 861만 대로 잡았으며 폴크스바겐그룹은 2018년에 1100만 대를 팔아 세계 1위의 자동차회사가 되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자동차업계에서는 어느 때보다 치열한 상위권 다툼이 예상된다. ○ 세계 1위 도요타는 올해 3% 늘려
현대차가 올해 판매 목표를 지난해 실적보다 18%가량 높인 데 비해 세계 1위 도요타는 올해 목표량을 지난해 판매대수 예상치인 837만 대에서 3% 정도만 늘렸다. 내수시장의 덕을 톡톡히 보는 현대차그룹과 달리 ‘안방’인 일본 자동차시장이 침체 일로를 걷고 있는 도요타는 내수 판매 감소를 해외에서 벌충해야 할 처지다. 도요타는 올해 일본 내 도요타 브랜드 판매 목표를 지난해 실적보다도 27만 대 적은 130만 대로 잡았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700만 대를 넘게 판매한 폴크스바겐그룹은 2007년 발표했던 ‘비전 2018’을 최근 경영 상황에 맞게 일부 수정했다. 폴크스바겐은 올해 준공하는 미국 채터누가 공장에서 미국시장 전용 모델을 생산하고 인도와 러시아에서도 공장 가동을 본격화해 2018년까지 세계 1위의 자동차회사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또 폴크스바겐은 지난해 ‘투아렉 하이브리드’를 시작으로 2012, 2013년 ‘제타’와 ‘파사트’ ‘골프’ 하이브리드 모델과 양산형 전기차인 ‘E-업’ 등을 내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폴크스바겐그룹의 고급차 브랜드인 아우디는 “올해부터 2015년까지 기술 개발과 생산설비 업그레이드에 116억 유로(약 17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아우디는 이 중 95억 유로가량이 미래차 관련 기술개발에 투입하며, 이를 바탕으로 내년 말 전기차 ‘e-트론’을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 “판매량보다 고급화가 더 중요”
지난해 전기차 ‘리프’와 ‘시보레 볼트’를 각각 내놓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와 제너럴모터스(GM)는 올해를 전기차 보급 원년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르노는 ‘플루언스’의 전기차 버전을 비롯해 전기차 2종을 올해 선보일 계획이며 GM은 볼트의 생산능력을 내년까지 4만5000대로 늘리기로 했다.
혼다는 지난해 발표한 ‘비전 2020’에서 올해 하이브리드 차량 라인업을 강화하면서 모터사이클 부문을 확대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의 오토바이 생산 능력을 1600만 대에서 1800만 대로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BMW그룹은 올해 슬로건을 ‘세계 최고의 지속가능성을 실현하는 프리미엄 자동차기업’으로 정하고 한국에도 지난해 선보인 바 있는 ‘메가시티 비히클’ 등 미래 이동수단 등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그룹이 올해 전 세계 판매량을 633만 대로 정한 데 대해 “단순히 판매량만 늘리는 전략보다는 ‘수익이 더 많이 나는 차’를 만들어 파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은 “2009년 기준으로 세계 10대 자동차회사가 생산한 차량 대당 평균가격을 비교해보면 현대차는 최하위권으로 벤츠의 20% 수준”이라며 “아직 저가판매 전략에서 못 벗어난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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