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기자의 That's IT]그다지 ‘소셜’하지 않은 한국의 소셜커머스 업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5일 03시 00분


“우리는 한 번도 우리 스스로를 가리켜 ‘소셜커머스’라고 말한 적이 없어요.”

보도자료에는 ‘국내 대표 소셜커머스 기업’이라고 쓰여 있는데 정작 물어보면 고개를 흔들며 스스로 소셜커머스가 아니라고 합니다. 티켓몬스터라는 회사 얘기입니다. 소셜커머스란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인터넷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이용해 제품을 파는 서비스입니다. 제품을 대대적으로 광고해서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대신 친구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퍼뜨리도록 유도하는 것이죠. 그런데 티켓몬스터는 이런 식의 입소문을 유도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인터넷 포털사이트나 TV, 버스의 광고판 등에 광고를 진행하죠. 대형 ‘온라인 공동구매’에 가깝습니다. 주로 지역의 미용실, 음식점, 커피숍 등 자영업자들의 상품 판매를 대행해 주면서 ‘오늘 하루만 50% 할인’과 같은 파격적인 가격 할인을 해주죠.

한국은 자영업자의 나라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른 2008년 국내 취업자 가운데 자영업자 비율은 31.3%로 미국(7.0%)의 4배가 넘습니다. 티켓몬스터는 이런 자영업자들의 가게에 전문 사진사를 보내 멋진 제품 사진을 찍어 주고, 광고문안을 만들어 줍니다. 거리에서 전단지를 돌리는 것 외에는 별다른 광고 수단이 없던 자영업자들에게 획기적인 홍보 방법이 생긴 셈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영업자들도 고개를 갸우뚱거립니다. 반값에 제품을 팔고 나면 그 뒤로 손님이 크게 늘 줄 알았는데 그걸로 끝이라는 거죠. 최근 만난 서울 명동의 한 미용실 사장님은 “우리도 소셜커머스 업체라는 곳에서 할인판매를 해봤는데 며칠 정신없고 난 다음 손님 수는 다시 원래대로였다”라더군요.

이유는 이들이 그다지 ‘사회적(social)’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소셜커머스라면 이런 자영업자들의 제품을 이용해 본 소비자들이 다른 친구들에게 “이 제품 좋으니 써보라”고 입소문을 내줬어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는 할인만 받고는 입을 닫습니다. 굳이 귀찮게 입소문을 내야 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최근 조금 다른 소셜커머스 업체를 하나 알게 됐습니다. ‘스윗토리’라는 회사입니다. 이 업체는 티켓몬스터나 위메이크프라이스 등 선두 업체와는 달리 TV나 포털사이트에 광고를 하지 않습니다. ‘입소문’만으로 제품을 팔아야 고객인 자영업자들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입니다. 이들은 소비자들이 트위터나 블로그 등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제품을 사도록 추천하면 해당 제품을 무료로 받을 기회를 줍니다. 이 서비스의 사용자들은 열심히 입소문을 낼 이유가 있는 거죠. 그 결과 누리꾼들이 네이버나 다음 같은 검색사이트에서 ‘티켓몬스터’를 치면 티켓몬스터 사업 실적이나 티켓몬스터 홈페이지 안내가 나오지만 ‘스윗토리’를 입력하면 자영업자들이 파는 상품들이 검색됩니다. 소비자들이 상품평을 열심히 올리기 때문이죠. 자영업자들도, 소비자도, 소셜커머스 업체도 모두 ‘윈윈’하는 모델입니다.

소셜커머스는 인터넷 관련 산업 가운데 올해 가장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입니다. 대형 포털사이트와 유통업체들도 저마다 이 분야에 뛰어든다고 합니다. 자영업자의 나라에서 이런 새로운 기술이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모델로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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