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의 근본 바탕에는 미래에 대한 희망과 낙관이 깔려 있다. 크게는 우리나라 경제가 잘 풀려갈 것이라는 거시적 희망에서부터, 작게는 해당 기업의 사업이 잘되어 주가가 올라갈 것이라는 미시적 희망까지 낙관론이 전제되지 않으면 주식투자에 나서기 쉽지 않다. 영국의 유력 경제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 연말호는 ‘희망의 재분배’라는 커버스토리를 실었다. 지난 400년간 서구 사회를 지배해 왔던 ‘희망과 낙관’이라는 단어가 서서히 퇴색하고 있고 반대로 아시아나 남미의 개발국들에서는 이 두 단어가 점점 확산되어 간다는 내용이다. 최근 여론조사연구소 ‘The Pew’의 리서치에 의하면 중국인 87%, 브라질 국민의 50%와 인도인의 45%가 자기들 국가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한 반면 영국인은 31%, 미국은 30%, 프랑스는 26%의 국민만 나라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해 대조를 이뤘다.
이와 같은 서구 사회의 비관론은 지난 10년 사이의 경제적, 정치적 변화 특히 금융위기 이후 패배주의와 무관하지 않다. 미국은 대공황의 망령에 시달리고 있고 유럽의 다수 국가들은 재정적자와 함께 다시는 과거의 복지국가로 돌아갈 수 없을지 모른다는 절망감을 겪고 있다. 그에 따른 폭력 사태까지 출현하고 있다. 사실 공식 실업률이 10%를 넘어서고, 스페인처럼 20%대에 진입한 사회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없다. 한편 서구처럼 극심한 실업률에 시달리지는 않지만 성장에 대한 꿈이 사라진 일본도 희망 없는 사회로 변하고 있다. 물론 서구나 일본은 여전히 4만∼5만 달러의 국민소득을 유지하고 있는 선진국이지만 쇠락해 가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러나 브릭스(BRICs) 국가를 비롯한 아시아와 남미의 신흥 공업국가들은 이제 우리도 잘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진다. 심지어 아프리카에서도 경제성장 대열에 참여하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드디어 희망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우리 증시는 금년 2,400∼2,500포인트를 얘기할 정도로 희망에 차 있다. 금융위기를 가장 빨리 극복한 나라인 데다 우리 주요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한층 제고되었다. 또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으로 세계 경제질서 재편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했고 경제도 지난해를 기점으로 고성장 국면으로 전환되어 선진국 진입은 시간문제처럼 보인다. 그래서 주가도 2,000포인트에 안착했다. 그러나 산업간 직업간 세대간 지역간 편중현상의 심화는 우리 사회의 심각한 아킬레스건이다. 심지어 증시마저 특정 종목, 특정 업종에의 ‘쏠림현상’이 갈수록 심해져 불균형한 증시 상승의 부작용이 우려되는 시점이다. 새해에는 ‘희망의 재분배’가 이루어져 우리 사회가 균형적인 발전을 하고 증시도 균형적인 상승을 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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